조기 전당대회 개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갈등이 결국 폭발했다. 31일 상임운영위에서 당 중진과 소장파가 얼굴을 붉히며 격돌하는 험악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포문은 이규택 최고위원이 열었다. 이 최고위원은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모임인 '수요모임'과 당 혁신위 등을 겨냥,"일부 의원들이 자신과 뜻이 안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조기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자고 하는 것은 박근혜 대표와 지도부에 대한 탄핵"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구한말 김옥균을 비롯한 소장파들이 일으킨 갑신정변은 3일천하로 끝났고,조선은 쇄락의 길로 빠져들었다"고 소장파를 구한말 개화파와 비교해 비판했다. 이에 수요모임 소속인 김희정 의원은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와 올바른 길을 요구하는 충신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반격했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누가 매국노야.비유가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전이 갈수록 확대되자 지도부는 서둘러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빠져나가는 동안 수요모임 소속인 원희룡 최고위원이 "갑신정변이니 3일천하니 하는 발언의 진위는 뭐냐"고 따져물었고,이 최고위원은 "자기들(소장파)은 말하고 우리는 말 못하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결국 이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다른 당직자들의 설득으로 서로 사과했다. 이날 설전은 지도부와 개혁파간 그동안 '곪았던'상처가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1일 예정된 의원총회가 조기전대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봉합되느냐,확산되느냐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