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문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대책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물론 노 대통령이 이같은 구상을 언제,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밝힐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다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미국의 대북 압박수위와 미일동맹 강화 움직임 등 동북아의 역학구도 변화를 감안할 때 조만간 노 대통령이 `북핵 독트린' 수준의 분명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없지 않다. 또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최근 한.중.일 3국을 순방한 뒤 한반도 주변에 미묘한 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누군가 총대를 매고 나서야 하는 상황임은 틀림없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칠레 산티아고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공언해온 북핵과 관련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이 적어도 표면상으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이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다만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감안할 때 `특단의 비책'을 공표한다기 보다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의 형태로 북한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일종의 선언문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부 당국자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이 북핵문제에 대해 많은생각과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구상이 조만간 가시화될 가능성이있다"고 말했다. 사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 이후미국측이 당근과 채찍 정책을 적절히 배합하면서도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쪽에무게를 두고 있는 데 대해 적잖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라이스 장관의 최근 한.중.일 3국 순방이후 6자회담이 오는 6월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곧바로 대북 제재에 돌입해야 한다는 이른바 `6월 시한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에 신중해야 한다"며 `경고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자국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로 규정한 라이스 장관의 발언이 취소되지 않으면 6자회담에 결코 나올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티고있다. 북한은 지난 21일엔 미.일 일각의 `데드라인' 설정 움직임에 대해 "핵무기고를더 늘리는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며 강경카드로 맞서 북핵문제는 여전히 `시계 제로'의 혼미를 거듭하는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지난 19일 새 미국 국방전략(NDS)을 통해 북한을 전통적도전일 뿐 아니라 비정규적 도전이고 재난적 도전이라고 규정, 북미관계에 암운을드리우고 있다. 이런 국내외적 환경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이 조만간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결단을 다시한번 촉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북한이 6자회담의 틀을 깨는 것은 회담 당사국들은 물론, 북한 스스로나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의 실제적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6자회담 관철을 고수하고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자칫 미국의 강경대응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명분과 실리 면에서도 소망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북한은 회담장에 나와 주장할것이 있으면 주장하고 입장이 다른 것이 있으면 자신의 입장을 개진, 진지한 협상을통해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관점에서 되씹어볼 대목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미국의 일부 강경기류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을 것으로보인다. 이미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아세안+3 정상회의 및 유럽 3개국 순방 때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붉히지 않을 수 없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런 기조에서 노 대통령은 북핵 불용,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한국의 적극적역할 등 북핵 3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측의 유연한 대응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점쳐진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북한은 체제문제와 관련해 일종의 피해의식이나 강박관념같은게 있지 않느냐"면서 "따라서 북한이 균형잡히고 정확한 상황인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내달 독일을 방문할 때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지난 2000년 3월 '베를린 선언'처럼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한 파격적인 경협지원책을 제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