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와 역사교과서 등 일본의 일련의 과거사 `도발'로 촉발된 한일간 긴장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 인식으로 인한 현재의 위기상황은 향후 일본과의 공조가 절실한 북핵문제는 물론 일본의 야심찬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 미래문제까지 현실로 끌어들이고 있어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당국은 "이 문제들로 인해 양국간 우호를 해치면 안된다"는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내달 5일로 닥쳐온 후소샤(扶桑社) 교과서에 대한 일본 문부성의 검정결과 내용은 한일 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내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한일 위기상황과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가깝게는 ▲독도 ▲ 역사교과서 문제에서부터 중장기적으로는 ▲일제 강제동원피해자 배상 ▲ 과거사 인식 ▲한일어업협정 ▲북핵공조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의 크고 작은 현안과 과제를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있다. ◇ 韓日 "독도는 우리땅" 평행선 반일감정에 불을 지핀 직접적인 사안이다. 일본 정부의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억지'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독도의 날' 제정이라는 `망동'과 주한일본대사의 서울 한복판 `망언'이 우리 정부의 `대일 신독트린' 천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과연 독도가 누구땅이냐는 게 핵심이다. 일본은 한반도침탈 원년인 1905년에 독도를 편입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땅이라고주장하고 있지만, 우리측은 이미 신라 지증왕 13년(서기 512년) 이후 독도는 한국영토인데다 19세기 등의 시기에 일본 정부 스스로 한국 영토임을 시인한 바 있고 독도가 역사적으로 한국 영토라는 고지도도 숱하게 발견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주장 이면에는 이 문제를 `국제분쟁화'시켜 국제사법재판소로 들고가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국제적 영향력으로 가로채겠다는 `꼼수'가 있다고보고 실효적 지배를 확고히 하는 한편 일본의 전략에는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도 결코 독도 영유권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 확실해 양국간 독도 마찰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양국 경제 및 문화 교류 등을 위해 논란은 다시 물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영유권 포기를 궁긍적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도 시마네현의어업문제 해결을 해법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왜곡 교과서 검정 어떻게 될까 2001년에 이어 또 불거진 사안이다. 후소샤 출판사의 2006년판 역사ㆍ공민교과서는 "일본의 침탈이 한반도 근대화에기여했다", "독도는 명백한 일본땅이다"는 적극적인 왜곡에서부터 군대위안부 문제를 아예 거론하지 않거나 "(강제라는 표현이 빠진) 조선인 징용ㆍ징병을 했다"는 식의 간접 왜곡으로 또 한 번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민간 교과서라며 `발뺌'을 하고 있다. 현재 문부성이 문제의 교과서에 대한 검정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그 결과가 내달 5일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일단 역사 왜곡 기술에 대해 시정 등을 강력히 요구한 상태며, 검정결과가 만일 불충분할 경우에 대비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여타 한일간 마찰이란 변수를 감안한다면 일부 시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일본 위정자들의 비뚤어진 역사인식과 2001년의 상황 재판이란 측면에서 검정결과 발표 이후 또 한 번 반일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처음으로 과거사 배상 문제를 거론하며 독일의 과거사 청산방식을 인류보편적 방식으로 제시하며 일본의 결자해지(結者解之) 자세를 촉구했다. 정부는 특히 한일협정 범위밖 사안의 피해자 구제 문제에 대해 "청구권협정 8개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우리 정부가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면서도 일 정부가 법리적 문제를 떠나 인류보편적인 규범과 인권문제 차원에서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사안이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태식(李泰植) 외교차관은 ▲종군위안부 ▲원폭피해자 ▲사할린 동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거론했으나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대해서는 한일협정으로 끝났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 역사 인식 우리는 일본에 대해 지금까지의 사과 수준의 미흡함을 지적하면서 사죄와 반성, 진실 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그동안 국가 지도자들이 여러차례에 걸쳐 '불행한 과거역사' 등에대해 충분히 유감 표명을 했다"며 지난 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그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오부치 총리는 당시 "일본이 과거 한 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민에게 다대한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행동으로 보이는 제대로 된 반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독도로 불거진 한일어업협정 논란 1999년 발효된 제2차 한일어업협정으로독도 인근이 중간수역이 되면서 독도 영유권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일부 정치권과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단 국내에서는 두 갈래 입장이 맞서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조용하다. 국회 '독도수호 및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대책 특위'가 협정 파기 논의를 공식선언하고 나서는 등 일부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에서 재협상론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협정과 독도 영유권 문제는 무관한데다 협정 파기시 한일관계 파국은 물론동해의 어업 무질서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 日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직접적인 표현은 안했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의 여망인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를 과거사 문제와 사실상 연계시켰다. 정동영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17일 `대일 신독트린'을 통해"일본은 이웃나라의 신뢰를 먼저 얻는 게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국가로서 존경받는 첫 걸음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시사했다. 이에 대한 일본의 직접적인 반응은 없다. 다만 19∼20일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입장을 명확히 해 우리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같은 발언은 우리측의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연계 방침이 나오자마자 나온것이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유보'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향후 공식 반대입장을 표명할 지 정부의 판단이 주목되는 사안이다. ◇ 한일 `북핵공조' 제대로 될까 한일간 마찰이 긴급 현안인 북핵문제 해결을위한 한일 공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20일 라이스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일 양국간에 최근 발생 한장애요인의 성격을 설명하고 이런 것들이 극복돼야 한일관계는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북아 평화구도 정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핵문제를 두고 한미일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일본의 최근 `도발'이 북핵문제에 대한 한일공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일본이 6자회담에서 자국인 납치 문제를 이슈화해 북측을자극한 데 이어 '가짜유골' 논란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대북 제재론이 고조되는 등대북 강경기류를 부추기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북핵 해결을 위해 한미일 3국 공조가 중요한 시점임에도 과거사 문제로 도발해한일관계 악화를 초래한 점도 일본의 '북핵공조'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양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한일갈등과 북핵공조는 분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이상헌 기자 duckhwa@yna.co.kr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