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朴寬用) 전 국회의장이 작년 3월 12일 헌정사상 처음 있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처리과정의 뒷얘기를 담은 저서를 11일 출간했다. 박 전 의장은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라고 정한 책 제목이 말해주듯 자전 에세이식 회고록에서 당시 탄핵안 상정 및 처리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는 저서에서 작년 3월8일 탄핵안 발의 하루 전부터 탄핵안 가결 `D-데이'였던3월12일까지 긴박하게 돌아갔던 당시 국회와 청와대 상황을 관련자들의 실명을 직접거론하며 설명하듯 생생히 기술한 뒤 당시 자신의 생각도 곁들였다. 그는 저서의 `머리말'에서는 탄핵사태의 원인에 대해 "법치주의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 있었고, 그 도전에 대한 응전이 탄핵이라는 사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는 본문에 들어가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17대 총선을 염두에 둔, 여권의 시나리오에 의한 `유도설'을 주장, 정치권의 공방을 예고했다. 박 전 의장은 `탄핵유도설'의 결정적 근거로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이틀전이자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하루 전인 3월10일 자신이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에게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과 야3당 대표의 회담을 중재했으나 청와대가 이를 거부한 사실을 들었다. 그는 저서에서 "오후 5시경에야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화를 해왔다. `의장님의 뜻을 대통령께 전달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의장님의 뜻은 고마우나 지금 당신께서 너무 지쳐 있어서 만날 필요가 없다고 하십니다'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그 때 느낀 것이 `아, 이 사람들이 파국을 원하고 있구나'하는 것이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 `이들이 탄핵이라는 절망적인 사태를 일부러 불러왔구나',`국가를 벼량에 세워놓고 정치적인 목표를 거머쥐려는 책략일 수도 있겠구나'하는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여러 번에 걸쳐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상정되도록 막을 수있는 기회가 있었다"면서 "(노 대통령이) 탄핵을 통해 얻은 것은 권력, 잃은 것은양식(良識)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의장은 탄핵안 처리과정을 "가장 외로웠던 시간"이라면서 "많은 고뇌 끝에 의사봉을 잡았던 것도 어느 한 개인이 대통령 자리를 유지하고 말고의 차원보다 훨씬 더 중요한 법치주의와 의회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였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탄핵안을 상정, 처리한 것을 합리화했다. 박 의장은 저서에서 탄핵 뿐만아니라 참여정부 2년에 대해서도 "정치는 실종되고 정치공학만 남았다"고 언급하는 등 현 여권에 대해 시종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