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주도했던 이른바 `탄핵주역'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탄핵 후폭풍' 여파에서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박관용(朴寬用) 전 국회의장,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와 홍사덕(洪思德) 전 원내총무,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전 대표와 유용태(劉容泰) 전 원내대표 등탄핵주도 세력은 자의반 타의반 정치현장을 떠나 있는 상태.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탄핵이 옳았다"는 소신과 탄핵강행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재기의 꿈을 접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면서까지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및 처리를 강행했던박관용 전 의장은 의장 선출 전 약속대로 정계를 은퇴, 지금은 부산 동아대 석좌교수로 활동하며 한달에 1-2번씩 출강하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통일외교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박 전 의장은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의 이사장에 취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세미나 개최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탄핵과정 뒷얘기를 담은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는제목의 저서를 출간,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탄핵과 관련된 얘기라면 인터뷰에 응할 생각이 없다"면서 "책에서 말한 그대로다"라며 말을 아꼈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17대 총선에 불출마한 최병렬 전 대표는 작년 3월 23일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바통을 넘긴 후 현실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한동안 정치적 재개를 꾀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관선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이후 결성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활동에간간이 간여할 뿐 대외활동은 뜸한 편이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즘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면서 정치활동 재개에는 큰 뜻이 없음을 밝히고 탄핵과 관련해서는 "단순하게 이렇다, 저렇다 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고양 일산갑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홍사덕 전 원내총무는 시내 종로4가에 마련한 개인사무실에서 탈북자 관련 활동 등을 벌이고 있으며지금도 `여의도 사람들'과 자주 만나며 정치활동 재개를 위해 물밑노력중인 것으로알려졌다. 한 측근은 "다시 태어나도 정치를 하고 싶어하시는 것은 사실인데 당장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타이밍'을 살피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순형 전 대표는 17대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워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에는 독서 등으로 소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가족들과 지내시면서 가끔 지인들도 만난다"며 "그러나 아직 정계은퇴를 선언하신 것은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선친 조병옥 박사의 추도식에서 참석, 총선 참패 이후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기도 했다. 유용태 전 원내대표는 17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 3위로 낙선한 뒤 지인들을 만나는 것 이외에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측근은 "정치재개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고 당분간 거리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성무 이승우기자 tjdan@yna.co.kr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