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당권 경쟁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이른바 `실용이냐, 개혁이냐'는 당내 노선 투쟁이 본격 점화되고 있다. 4.2 전당대회에 나서는 경선 출마자들이 출사표를 통해 잇따라 당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노선에 따라 후보자들의 진용이 나뉘고, 대립각도 뚜렷해 지고 있다. 작년말 국가보안법 폐지 등 쟁점법안의 패키지 처리 무산후 올들어 여권의 `민생경제 올인' 경향이 두드러진데다 당 임시지도부 구성후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등대기업 정책이 변화하면서 우리당 내에서는 실용주의가 `득세'한 상태. 그러나 개혁파로 분류되는 신기남(辛基南) 전 의장과 재야파 창구인 국민정치연구회의 장영달(張永達) 의원, 개혁당 그룹의 참여정치연구회 유시민(柳時敏) 의원등 당권 예비주자들이 실용노선에 제동을 걸면서 노선투쟁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 이들 개혁파는 "원칙없는 실용은 야합이자 개혁 후퇴"라며 실용세력을 겨냥하는반면 친노(親盧) 직계인 문희상(文喜相) 의원과 염동연(廉東淵) 의원 등 실용파는 "전략없는 개혁은 민생과 유리된 공허한 원리주의"라고 일축하고 나서 양측간 전선이형성되고 있다. 물론 두 세력 모두 `실용 대 개혁' 구분은 극단적 이분법이자 흑백논리로, 무의미한 논란이라는 입장이 강하지만 서로 강조점이 다른데다 실제 개혁정책을 접근하는데 있어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노선 갈등 증폭의 소지를 안고있다. 최근 출사표를 통해 개혁의 기치를 내세웠던 신기남 전 의장은 23일에도 SBS 라디오 방송에 출연, "우리당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이자, 파벌 난립의 분열 위기"라면서 창당 초심을 강조했다. 이어 신 전 의장은 "실용은 그 자체가 철학이 될 수 없고 방법론일뿐이고, 개혁은 다 뒤집어 엎는게 아니라 시스템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라며 개혁파에 대한 일각의 불안한 시각을 불식시키려 했다. 또 장영달 의원도 이날 출마회견에서 당 위기의 본질을 `당의 개혁 정체성 상실과 개혁의 위기'로 진단한 뒤 "원칙없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세월을 허송하면서 당의개혁 정체성을 훼손시켰다"고 실용파를 직격했다. 장 의원은 나아가 "당론으로 확정하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를 슬그머니 후퇴시켰다"며 작년말 개혁입법 일괄처리 무산을 지적한 뒤 "개혁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개혁 노선의 명분을 부각시켰다. 유시민 의원도 실용주의는 개혁실천을 위한 방법론이라는 전제를 깔고 "실용주의는 지향할 가치가 될 수 없어 실용주의 정당이라고 하면 정체성 혼란"이라고 말했다. 반면 문희상 후보캠프의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용주의가 결여된 개혁은 구두선에 불과하며, 무의미한 교조주의적 관점에 빠질 수 있다"며 개혁파에 응수했다. 앞서 문 의원도 지난 휴일 가진 출마 기자간담회에서 지론인 민생.개혁 동반성공론을 강조하면서 "전략적 고려없이 개혁 구호만 외친다면 원리주의 탈레반과 다를게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염동연 의원도 이날 출마 회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말했다시피 큰 산이 있으면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며 자신을 `개혁 속도조절론자이자, 실천적 개혁주의자'로 칭하고 민생제일주의를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40대 소장세력 대변자를 자임하고 있는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책임있는 개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균형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