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150억원 사건'의 파기환송심 법정에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22일 다시 만나 치열한대질을 벌였다. 이날 만남은 박 전 장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래 2003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번, 1심에서 두번에 이은 네번째 대면이었다. 이익치씨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2부(전수안 부장판사) 심리의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 검찰측 증인으로 나와 이제까지 자신의 진술은 사실만을, 기억에 따라 진술한것이라며 박씨의 범죄 혐의를 재차 확언했다. 박씨는 "증인은 특검과 검찰, 세번의 증인진술, 그리고 오늘도 계속 나를 만났다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증인이 사실을 기획적으로 은폐하기 때문에, 그리고 대한민국 공권력이 선택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내가 21개월째이 사건에 매여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검조사 때 정몽헌 회장이 강명구 사장(현 현대엘리베이터)을 보내서말을 맞춰달라고 했지만 나는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했다. 번복한 게 아니라 좀 더상세히 설명한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전수안 부장판사는 두 사람에게 "서로를 쳐다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라"고 주문했다. 박씨가 "내가 증인에게 CD로 150억원을 받은 적이 없는데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라고 묻자 이씨는 "아, 분명히 박 장관님께서 받으셨잖아요"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게 어색한 듯 눈을 오랫동안 맞추지는않았다. 박씨는 이날 재판에서 이병석 검사가 뇌물혐의 유죄를 전제로 질문하자 "그런전제가 도대체 어딨느냐"고 항의했고 검사가 웃으며 "죄송하다"고 답하자 "뭐가 죄송합니까. 지금 21개월째입니다"라며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재판후 특검보였던 김종훈 변호사가 "건강은 괜찮으십니까"라고 인사하자 "특검보하시면서 사람 다 죽여놓고선 건강은 무슨 건강입니까"라며 낮은 목소리로 짜증스럽게 말했다. 검찰은 이날 "김영완씨가 돈세탁해서 피고인에게 줬다는 2∼3억원을 피고인에게서 받았다는 사람 중 한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며 "이 돈은 피고인이 김영완에게세탁해달라고 맡긴 돈의 일부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증인이 누구인지는 공개법정에서 밝히지 않았다. 박씨측은 이에 대해 "김영완에게 돈을 받은 일이 없다"며 "검찰이 도저히 유죄입증이 안되니까 온갖 방법을 다 써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훈평 전 의원과 김영완씨가 대주주로 있는 금융업체 관계자 등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변호인은 이익치씨를 다시 증인으로 신청,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졌다. 다음 재판은 3월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