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엔 오산공군기지에서 이뤄지는 북한과 중국의 모르스 부호 감청 작전인 `스키비(SKIVVY) 9', 대테러 군사훈련인 `스파르탄'과 `그레시언 파이어볼트(GRECIAN FIREBOLT)' 등 최소 50개에 이르는 각종 암호명의 합동 군사작전이나 훈련이 이뤄지고 있거나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윌리엄 아킨이 최근 펴낸 저서 `암호명'은 미국이 한국을비롯해 전 세계 동맹이나 우방 등과 과거에 시행했거나 현재 실시중인 3천개의 군사작전.훈련 암호명과 그 내용을 소개했다. 아킨은 한국 부분에서 "한미관계는 부침이 있지만 군사분야에선 최고로 강력하다"며 "한국군은 괌에서부터 중앙아시아, 아프나기스탄,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파견돼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군사작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미 플로리다주 탬파 중부사령부를 비롯해 중부사 작전 지역에 총 30명안팎의 참모 및 연락장교를 파견, 중부사 작전을 지원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중앙아시아에 파견된 한국군이란 이들 협조단 장교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한국이 이라크에 3천명을 파병했고, "정보공유와 새로운 금융정보기구창설 등을 통해서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강조했다. 금융정보기구 창설과 관련, 한국은 지난 2001년 11월 자금세탁방지기구인 `금융정보분석원(FIU)'을 공식 출범시켰다. 아킨이 찾아낸 한미간 군사 암호명 50개가운데는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을지포커스렌즈, 팀 스피리트 등도 있으나 대부분 생소한 것들이다. 특히 `플래시 나이프(FLASH KNIFE)'는 "한미간 비밀로 분류된 특수작전 훈련"이라는 설명만 붙어 있고, `살벡스(SALVEX), 실벡스(SEALVEX)' 같은 암호명에 대해선아무런 부연도 없는 등 저자가 이름은 알아냈지만 내용은 모르는 암호명도 다수다. 이 책은 미국이 동북아지역에서 일본과도 50여개의 암호명 군사작전이나 훈련을실시했거나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과도 `코브라 조우(1980년대 중국에 설치한것으로 추정되는 레이더)' 등 3개의 암호명을 가진 군사협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킨은 "1970년대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응, 미국이 중국과 소련간 접경지역인 신강위구르 자치구에서 중앙정보국(CIA)이 운영하는 정보수집 시설 2개를 설치하는 데 미중이 합의한 후 1980년 후반기 이 시설의 가동에 들어갔으며, 그 후에도소련(러시아)의 핵실험 감시를 위한 지진계와 미얀마를 겨냥한 마약정보수집 시설도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책은 지적했다. 아킨은 이같은 암호명 공개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는 국방부 등의비난에 대해 "책에서 밝힌 암호명은 모두 공개된 자료에서 모은 것이고 진짜 비밀은비밀로 유지되고 있다"며 "이 책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비밀주의로 정말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이라크 침공에 앞서 이라크 인접 요르단에 군수물자와 병력을집결시킨 작전명인 `웨스트 윙'의 사례를 들어, 당시 이라크를 비롯해 중동정세에관심있는 나라라면 이를 모두 알고 있었으나 미국 국민과 요르단 국민만 비밀스러운암호명에 가려져 이를 모르고 있었다며 당시 이 사실이 알려졌더라면 이라크 전쟁같은 실책과 그로 인해 현재와 같이 미국의 안보가 위험에 빠지는 일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달 이 책의 출간에 앞서 본지에 1개면에 걸쳐 이 책과 아킨을 크게 소개하면서 국방부가 아킨의 정보원을 색출하기 위한 작업에도 암호명을붙였으나 이 암호명마저 아킨은 알아냈다고 전했었다. 이 책엔 핵전쟁 준비와 프로그램, 핵무기 사고 준비와 대응 관련 암호명 시리즈도 다수 소개됐으나 한국 부분에 나와 있는 암호명엔 이에 해당하는 것은 없다. 다음은 이 책에 소개된 일부 암호명과 그 내용. ▲을지포커스렌즈 = 주한미군의 주요군사훈련으로, 합동참모본부 훈련 프로그램가운데 최대의 지휘소훈련이자 세계 최대의 컴퓨터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지휘소 훈련. 주한미군은 이 훈련을 통해 북한의 공격시 대응 시나리오를 담은 `작전계획(OPLAN) 5027'을 실습해보며, 이 훈련엔 전 세계의 미군부대가 골고루 참여한다. 미 국방정보국(DIA)의 미사일우주정보센터는 이 훈련의 전구(戰區) 미사일방어정보 지원소요를 동태적으로 지원하도록 가상의 전장정보준비(IPB) 사이트를 개발했다. ▲스파르탄(SPARTAN) = 해군의 다목적 전장 파악과 전력보호를 위한 기술 시범.스파르탄이란 테러리스트 위협에 대응해 항구와 선박 보호에 사용될 수 있으며 대잠수함 작전이나 기뢰 회피에도 전용될 수 있는 무인 수상 운반차량의 이름이다. 한국 과 싱가포르가 이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스키비(SKIVVY) 9 = 오산 공군기지에서 이뤄지는 북한과 중국의 모르스 후보감청 작전. ▲시크 스모크(SEEK SMOKE) = 생화학무기와 세균등의 공중 분무상태를 레이저로 탐지하는 것을 포함한 반확산 기술 시범. 시크 스모크의 레이저 탐지기는 1995년오산 공군기지에 평가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그레시언 파이어볼트(GRECIAN FIREBOLT) = 육군통신사령부의 지역 비상대비훈련으로, 9.11 이래 테러리즘과의 전쟁과 국토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3년훈련엔 각군,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각종 연방정부기관 및 한국을 연결시켰다. ▲포울 이글(FOAL EAGLE) = 1970년대 후반 시작된 주한미군의 대규모 연례 야외훈련. 미군의 가상 적군을 동원한 훈련으론 최대 규모. 교전행위에 앞서 한반도에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을 가정해 비전투원의 소개 작전, 상황 접수, 중간정비, 전진기동, 통합조정, 상륙작전, 반침투활동, 종심 타격 등의 훈련이 포함돼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