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대해 "북한의 외무성 성명을 통했다는 점에 유의ㆍ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담(14일) 등을 위해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반장관은 "북한은 과거에도 공식ㆍ비공식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거나 개발했다고 얘기해 와 정부는 나름대로 예의주시하면서 분석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장관은 "미국, 일본 등 우방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하고 한미외교장관 회담 등 이번 방미를 통한 미국측과 협의에서도 "새로운 상황을 반영, 그에 따른 대책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장관은 숙소인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러나 북한은 과거 중요한 회담이나 협상 과정에서 왕왕 이런 태도를 보인 적이 있으므로 좀더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정부도 좀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해나간다는 입장인 것 같고 미국도 그렇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반 장관의 방미를 통한 한미간 협의는 당초 준비된 6자회담 조기 재개 방안보다는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분석ㆍ평가를 비롯한 `새로운 상황'에 따른 대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반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선언에 대해 "개인적으로 놀랍게 생각한다"며 "북한의 갑작스러운 6자회담 무기한 중단 발표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우려할 만 일"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그러나 "북한의 성명에서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평화 해결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힌 점에 유의한다"며 "북한이 아무 조건없이 조속한 시일내에 6자회담에 복귀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같이 협의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도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이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반 장관은 "한미 정상은 산티아고 회담에서 6자회담을 통한 외교ㆍ평화적 해결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하고 (북핵문제에) 최우선 순위를 둬 해결한다는데 합의했다"며 "모든 6자회담 참여국과 세계 다른 나라들도 그 외에는 현실적ㆍ합리적 방안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이에 대해선 국제적 컨센서스(의견일치)가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정부의 평가와 관련, "미국과 일본 등 우방 정보당국과 우리 정보 당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핵개발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ㆍ관찰ㆍ평가하면서 의견을 교환해왔다"며 "좀더 긴밀히 협의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으나 (이번엔) 외무성 성명을 통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북한이 10-14kg의 플루토늄을 추출, 핵무기 2-3개를 보유할 수 있는 물질을 보유한 것 아니냐고 판단해왔으나 구체적 증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주목,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거듭 `새로운 상황'임을 말했다. 그는 북한의 6불화우라늄 리비아 판매 여부에 대해 "한미간 의견을 교환했으나 특별한 증거에 기초한 것은 아니었으며, 국제사회가 좀더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 등에서 모든 정황에 대해 과학적으로 정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빠른 시일내에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고 낙관만 한 게 아니라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왔다"며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거듭 `냉정한 대처'를 강조했다. 반 장관은 오는 14일 오전 라이스 국무장관과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오후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하며, 그에 앞서 11일 딕 체니 부통령을 면담하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만난다.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