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충북 제천에서 의원 연찬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당의 노선과 정체성,당명개정,과거사 문제 등을 놓고 밤늦게까지 격론을 벌였다. 각 계파들은 당이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일치된 의견을 보였지만 변화의 방법과 지향점 등에 대해선 상당한 의견차를 드러냈다. ◆'개혁적 중도' 대 '선명보수'=발제에 나선 박세일 정책위 의장은 한나라당이 지향할 노선으로 '혁신적 중도보수'를 제시했다. 소장파가 주축인 수요모임과 재야파가 주도하고 있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 의원들은 "지금까지 당이 진정한 보수를 대변하지 못한 채 수구보수의 퇴행적인 이미지만 보여왔다"며 "좌로 한클릭 이동해 중간층을 흡수하는 개혁적 중도보수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요모임의 대표인 정병국 의원은 "국민성향이 이미 좌로 한클릭 이동했으므로 우리도 거기에 따라가야 한다"며 "냉전,강경보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의원은 "부자들을 위한 정당,반(反)통일·부패정당이라는 왜곡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개혁적인 중도보수가 돼야 한다"며 "중도적 진보적 이슈를 개발하고 선점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보수성향인 '자유포럼' 대표 이방호 의원은 "당이 우경화됐으니 중도나 좌측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면서 '선명 보수'를 주장했다. ◆'당명 바꿔야' 대 '시기상조'=윤건영 여의도연구소장은 발제를 통해 "'차떼기정당' 등 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당명개정이 필요하다"며 오는 6월말을 시한으로 제시했다. 박근혜 대표는 "지금은 '대선 후보로 누가 좋겠나'라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새 좌표를 만들고 당 이름을 먼저 바꿔 대통령을 만들 수 있는 정당을 창당하는 게 필요하다"며 조속한 당명개정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수요모임과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측은 "당명개정에 앞서 '당 대표에 의한 독단적 당 운영의 개선' 등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국민생각'측도 "궁극적으로 필요하나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포럼 소속 이상배 의원은 "당명개정은 민주당 자민련 등 범보수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외연을 확대,실질적 변화내용을 담보했을 때 추진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국가보안법 등의 국회 처리와 관련,지도부는 일정기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수요모임과 국가발전전략연구회는 "민생을 핑계로 쟁점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적극적으로 임하자"고 맞섰다. 제천=홍영식·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