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참여정부 출범 3년차를 맞아 또 한차례의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정치사찰' `비밀정보기관' 등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를 불식시키기위해 탈정치와 탈권력화에 주력해 왔지만 앞으로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선진한국'구현을 위한 정보역량 확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직후 하드웨어 개혁 성과에 치중했던 것에서 소프트웨어 개혁으로전환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이를 위해 국정원은 정보역량 극대화를 위한 총체적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 임무와 기능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조직과 채용, 훈련체계 등을 재설계하는등 대대적인 2단계 혁신에 착수할 계획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오는 27일부터 시작될 정부 각부처 새해 업무보고에앞서 20일 국정원을 먼저 방문, `국정원 혁신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은 국정원의 이런 변신 노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 대통령은 단순히 보고받는데만 그치지 않고 국정원 직원 200여명과 오찬을함께하며 국정원 혁신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노 대통령의 이번 국정원 방문은 지난 2003년 6월 20일 이후 두번째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정원이 정보와 안보 분야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가진 세계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강하게 주문했었다. 그후 국정원은 나름대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고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도사실이다. 참여정부 출범후 지난 2년동안 4차례의 조직및 인력구조를 개편, 지원부서 유사조직 통폐합과 현업무서 재배치, 계급정년 축소및 상위직 축소 등 인력구조 혁신을단행했고, 지난해 4.15 총선때 철저한 중립을 표방, 정치개입 논란을 불식시키는 등탈정치, 탈권력화를 확실히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은 조직 슬림화와 인력 재배치를 통해 전문정보기관의 토대를 확고히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같은 개혁 성과에도 불구, 앞으로 고강도 혁신을 통해 세계적 전문정보기관으로 발돋움하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은 이날 노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담은 `국정원 비전 2005'라는 혁신방안을 보고했다.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정보환경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임무와 기능 재정립, 수준높은 정보생산에 주안점이 두어졌다. 국정원은 특히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보역량 확충을 위해 미국식 제도를 원용, `국가정보관(NIO)'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국정원 1.2.3차장의 자문역을 맡아 국가 중요현안과 중장기 전략정보, 장기 정세전망을 기획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말하자면 국제.북한.국내.경제 등 분야의 민간 최고전문가들을 수혈, 그들의 `최첨단 지식'을 국정원 조직에 원용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나아가 전략정보 생산과 관련된 수집 및 분석 조직을 부분적으로 조정,통합정보 생산능력을 높임으로써 선진한국 실현을 앞당기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민.관 정보유통 및 협력체계 혁신을 위해 `대민 정보 총수요 조사'를 실시, 정보지원 체제를 확충하고 기업.연구소와 교류를 확대해 소요 정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아울러 9.11 미국 테러사건 이후 다원화되고 있는 안보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테러정보통합센터'를 신설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면밀한 방첩활동으로 국가기밀 및 국부(國富) 침해 행위를 철저히 색출함으로써 21세기 경제전(戰)에서 국익을 수호하는 `보안방첩기관'으로 발전하고,사이버 위협 예보.경보 및 복구시스템 보강을 통해 국가기관 전산망에 대한 24시간보안관리체제를 확립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