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명 피랍 첩보가 공개된 지 사흘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일단 첩보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으나 만의 하나 가능성에 대비해 `확인 포인트' 점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섣불리 대처할 경우 김선일씨 피랍, 살해사건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의 `확인 포인트'는 ▲ 이라크와 그 주변국 거주 한국 교민의 안전 여부 ▲이라크로의 무단출입자 유무 확인 ▲ 첩보의 신빙성 파악 등 크게 3가지다. 이 가운데 교민 안전여부의 경우 일단 수십명에 이르는 이라크 현지 교민은 이미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정부는 요르단.레바논.쿠웨이트.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 현지 공관에 지시해 그 지역 교민 안전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이라크에 무단 입국한 사례가 있는 지 여부. 실제 작년 4월 목사 일행 8명이 선교행사를 목적으로 이라크에 몰래 입국했다가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됐다가 풀려난 바 있으며, 이어 이들 가운데 2명이 포함된목회자 5명이 작년 11월 순교자를 자처하고 이라크에 무단 입국해 정부의 재외국민보호노력을 무색하게 한 바 있다. 또 작년에 한국인 L씨는 반전운동을 이유로 이라크에 들어갔다가 현지공관의 설득으로 귀국했고, 국내 모 월간지 기자가 취재를 목적으로 이라크에 입국했다가 무장단체에 일시적으로 억류되기도 했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라크 현지 또는 주변국 공관 등에 신고하지 않고 이라크에 들어가게 되면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라크와 그 주변국에 한국인 출입국 명단을 요청, 그들의 동선(動線)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상 여행객들이 출입국 카드에 행선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을 뿐더러 경유지가 많을 경우 동선 파악이 쉽지 않아 추적 작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라크에는 정정불안이 계속되면서 물자부족이 만연해 가격차이를 노린 돈벌이 목적의 외국인 `보따리상'이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교민 또는 국내거주 상인도 이 대열에 끼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첩보의 신빙성과 관련, 우선 정부는 협박문이 실린 문제의 웹사이트(www.alezah.com)의 실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작년 9월 영국인 케네스 비글리(62)씨가 살해됐다는 사실이 최초로 공개되기도 하는 등 이라크내 과격 무장단체들이 즐겨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규형(李揆亨)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쿠웨이트에 주소를 둔 개인 또는 법인이 개설한 것으로 그간 과격단체의 발표문과 활동상을 게재해 온 사이트"라고 확인했다. 외교부는 중동지역 공관에 문제의 웹사이트에 대한 해당지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보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러나 일단 협박문에 기재된 `72시간'이 지난 만큼, 협박문의 신빙성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분석결과, 협박문 게재 시간은 이슬람력으로 1425년 11월25일(서기 2005년 1월6일) 오후 4시이고 이로부터 72시간을 환산하면 시차를 감안해도 한국 시간으로 9일오후 10∼11시가 이른바 `데드라인'이었다는 것. 정부는 그러나 인질 납치 등의 테러사건은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점에서 표면적으로 과도한 대응은 삼간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 첩보를 9일 오후 대테러부서에서 첫 입수하고도 첩보 내용의 `72시간'시한의 종료 시점인 같은 날 오후 11시20분에 그 내용을 이규형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공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첩보 입수직후 이라크 현지공관은 물론 자이툰부대에 교민안전 확인을 긴급 지시하는 한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부에서 별도의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만약의 사태에 대처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외교부의 다른 관계자는 "일단 한국인 피랍첩보의 실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라크 총선이 완료되는 이달말까지는 마음놓을 수 없으며 그 때까지 24시간 비상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