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대독한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은 여야의 대치 속에서 '반쪽 행사'로 진행됐다.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총리가 유럽방문 중 한나라당을 비판한 것을 문제 삼아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퇴장했기 때문이다. 연설 내용과 관련,열린우리당은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에 대해 적절한 언급을 했다. 경제회복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위헌결정에 승복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졌고,억지춘향식 자화자찬"이라며 깎아내렸다. ◆한나라당 의원 퇴장=당초 한나라당은 이 총리가 한나라당 비판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시정연설 청취를 거부키로 했다. 그러나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우려,일단 본회의장에는 입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입장하자마자 "비하발언을 사과하라(최구식 의원)""오만한 것이 아니냐(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등 이 총리를 향한 비판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총리가 사과없이 시정연설문을 읽어내려가자 홍준표 의원을 시작으로 본회의장에서 속속 퇴장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조용히 해,??" 등의 거친 표현으로 맞서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 20여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연설 반응=연설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보기 드물게 절제된 언어가 돋보였다"고 극찬했다. 임종석 대변인은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면서도 국토균형발전 추진 의지를 강조한 것은 합헌의 틀 내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의미"라며 "헌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신행정수도 건설에 준하는 효과를 내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대변인은 또 "연설문 대부분이 경기 활성화에 대한 얘기인데,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위헌 결정에 승복하는지,안하는지 모호하다"며 "대통령이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대통령은 헌재결정에 승복하고 있지 않으며 국론분열과 대결구도를 조장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고 밝혔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경제정책과 관련,"경기위기의 근본원인이 안보·체제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장밋빛 얘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부족함과 우려를 느낀다",민주당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연설"이라는 반응을 각각 보였다. 홍영식·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