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7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11월에 처리키로 전격 합의한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과반수를 앞세워 무리하게 밀어붙이려 한다"는 재계 등의 비판을 피해갈 수 있게 됐고 한나라당 역시 시간을 버는 데 성공했다. 한 마디로 '예선' 성적은 '무승부'인 셈이다. 일단 '휴전'에는 합의했지만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는 여전히 크다. 오는 11월 본회의 처리라는 '본선'을 앞두고 치열한 논리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 부담에 후퇴한 여당=열린우리당은 당초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17일 정무위 관련 대책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표적인 경제개혁 입법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무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면 몸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열린우리당측의 발목을 잡았다. "과거 국회의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기업계의 반발도 여당을 압박했다. 실제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 15일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출자총액제한제 등에 관한 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시일을 정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무리한 강공 대신 "여야가 대립 중인 법안을 표결처리키로 합의했다"는 선례를 만드는 '실리'를 택했다. 정무위 소속의 전병헌 의원은 "정상적인 의회 절차에 따라 모든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다수결의 민주적 원칙을 재확인하고 한나라당을 질서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큰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지만 "개혁입법에 대한 여당의 의지가 퇴색했다"는 시민단체 등의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안 처리 전망=당장 내달 국정감사부터 여야의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정무위 소속의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좌추적권을 남용한 사례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며 "국감 때 계좌추적권 연장을 담은 개정안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10월 말 공청회와 11월 초로 예정된 정무위 회의에서도 찬반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골격은 현재대로 유지하고 표결로 통과시킨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나라당과 격돌이 예상된다. 박해영ㆍ양준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