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관리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적십자사의 모금 방식도 일신이 이뤄져야 합니다" 국제적십자사연맹(IRFC)과의 협의를 위해 제네바를 방문중인 이윤구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7일 헌혈과 혈액 관리사업에서 잇따라 돌출된 각종 잡음으로 "곤혹스럽고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윤구 총재는 드러난 문제점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이는 시스템 개선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정부의 개선 의지가 강하며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적십자회비의 모금 방식도 더이상 정부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면서 "개선 정도가 아니라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적십자가 지난 수십년간 헌혈.혈액 사업에서 적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 진일보를 이룬 점, 헌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최근 불거진 잡음으로 혈액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적십자가 재난 구호와 남북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도 기억해달라면서 국민이나 언론이 어느 한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적십자사의 활동을 지켜봐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방문의 주된 목적은 ▲내년 서울에서 있을 국제적십자사연맹 서울 총회 준비를 위해 의제를 포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왔다. 당초 지난 4월 이곳에 올 예정이었으나 룡천 사고로 방문 계획을 급거 취소했다. 총회 준비는 순조롭고 연맹측도 만족하고 있다. 비극적 전쟁을 겪은 한반도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남북적십자의 공동 개최 가능성은 ▲북한적십자사가 단순히 연맹 회원국으로 참가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 다만 형식적으로는 공동개최가 어렵다고 본다. 총회 기간 중에 문화 행사를 같이 마련하는 것 등을 타진하고 있으나 북측에서는 시간이 많다며 유보적 입장이다. --룡천 사고에서 적십자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한달만에 360억원이라는 거액이 적십자에 답지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현지에 가서 보니 우리가 보낸 장비와 물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감동적인 얘기도 많이 들었다. 남북교류에 새로운 장을 연 의미가 있다. 룡천은 10월중 복구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지원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연맹측은 상수도개통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적십자사의 초청이 오면 다시 가볼 방침이다. --이산가족 상봉 사업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11차 상봉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추석에 상봉 모임을 갖기로 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올해안으로는 가능할 것이다. 현재 남북 관계가 정치적으로 어렵지만 적십자의 대화 창구는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적십자의 역할이 크다. --남북을 막론한, 대형 재난.테러의 대비태세는 ▲한국의 국력이 커짐에 따라 재난 대비 태세도 나아졌다. 하지만 재난이 대형화되는 추세여서 지금보다도 준비태세와 역량의 가동 수준을 높여아 한다. 새로 발족한 소방방재청과 통합 상황실을 운영하는등 협력도 강화할 것이다. 현장 활동에서차지하는 적십자의 몫은 크다. 지난 겨울 폭설로 경부고속도로에 수많은 차량들이고립됐을 당시 보여준 적십자의 기민성이 돋보였다. --국제 지원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같은데 ▲룡천 사고 당시 보여준 호응은 민족 정서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하지만 대외 지원은 중진국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2월에 이란의 지진 피해 현장에 가봤다. 우리의 존재를 찾아볼 수 없어 부끄러웠다. 세계 10위권의 국가로서 앞으로는 돈을어떻게 쓰느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헌혈 사업에서 잡음이 들린다 ▲한동안 곤혹스러웠다. 다만 국민들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혈액사업을 봐줬으면좋겠다. 돈을 주고 혈액을 샀다는 것은 오해다. 군부대에 직원들의 식사비를 부담하고 헌혈을 위한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준 것 뿐이다. 군인들이 헌혈의 40%를 차지하는 현실도 감안해 주었으면 좋겠다. --혈액관리도 비판이 따갑다 ▲감사원과 검찰, 복지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알려진 것보다는 조금 많아질 것 같다. 의심스러운 경우를 합하면 200건 정도가 될 것 같다. 작은 문제가 아니고 변명할 여지가 없다. 혈액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인정하며 앞으로 철저히 점검할 생각이다. 그러나 전체를 놓고 보면 선진국조차도 100% 안전을 장담하지 못한다. --이번 사건에서 얻은 교훈은 ▲전문인 중심 체제를 갖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본다. 돈을 들고 힘이 들더라도 혈액사업을 전문 의료인들이 이끌어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본다. 현재 혈액 전문 교수를 본부장으로 초빙, 수습에 노력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안이나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가 ▲최근 총리실과 복지부 등에서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는등 정부의 개선 의지가강하다. 현재 논의되는 것은 완전 독립, 혹은 적십자 산하기구로 두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이다. 정부의 입장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모금 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개선 정도가 아니라 일신해야 한다고 각오를 갖고 있다. 정부에 대한 의존은 옳지 않다. 공무원 노조가 생겨 예전만큼의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들에 대한 홍보도 부족했다고 본다. 국민들이 적십자가 벌이는 각종 사업을 보고 자발적으로 도와줄 마음이 생기도록 전략을 바꿔야만 한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