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7일 오후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과 관련한 공식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전격적으로 스케줄을 바꿨다. 양국 협상대표단은 극도의 보안 속에 6일 오후 외교통상부 관할 모처에서 만찬을 겸한 협상을 갖고 사실상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공식협상을 벌였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6일 내한하면서 입국시점과 만찬협상을 철저히 함구해줄 것을 한국측에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외교통상부는 7일 오전 10시 30분 미군 감축협상과 관련해 대미 실무협상팀인 `3인위원회' 멤버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브리핑을 하겠다고 통보했다가 아무런 설명 없이 연기한 뒤 5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4시에야 브리핑을 했다. 또 남대연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3인위가 추가로 열리느냐'는 질문에 "추가적인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해 이번 기간에는 추가협상이 없을 수도 있음을 시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만찬협상에서는 롤리스 부차관보가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필요성과 함께, 전 세계 미군들을 GPR에 따라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문제에 관한 미국의 구상과 개략적 일정표를 설명하고 한국측은 주로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GPR과 그에 따른 주한미군 재편 및 감축문제 등에 관한 미국의 구상을 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측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 차출 3천600여명을 포함한 1만2천명의 주한미군 감축안을 한국측에 공식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측은 작년 6월 2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에서 1만2천명의 주한미군 감축안을 알린 바 있다. 이날 협상에서 역시 가장 큰 쟁점은 감축시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가능한 한 조기 감축입장을 전한 반면, 한국은 전력보완을 위한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면서 충실한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미측은 조속한 주한미군 감축을 위해 가능한 한 오는 11월 미 대통령선거 이전에 감축협상의 대강을 마무리 짓는 등 `속전속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감군 시기는 감축 규모와 단계별 감축 여부, 그리고 감군에 따른 한반도 안보불안 해소를 위한 한국 정부의 대책 마련 일정과도 맞물려 있어 앞으로 한미 양국간에 요구하고, 설득하는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미2사단 등이 오산.평택기지로 이전하는 오는 2007년 이후에나 주한미군 감축이 가능하고, `협력적 자주국방' 10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2013년 정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미측은 주한미군 재편 및 감축협상과 관련해 한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측은 주한미군이 GPR에 따른 4가지 미군기지 가운데 `1.5∼2등급에 속하는 것 아니냐'는 국내 일각의 불만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측은 주한미군이 GPR에 따른 4가지 미군기지인 ▲전력투사근거지(PPH) ▲주요작전기지(MOB) ▲전진작전거점(FOS) ▲안보협력대상지역(CSL) 가운데 PPH와 MOB 중간급에 속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등급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기능에 따른 분류임을 재차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측은 6일 협상이 첫 대좌인 만큼 원만한 협상을 위해서는 협상의 기본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 4가지 원칙은 ▲한미동맹의 큰 틀 위에서 모든 것이 진행돼야 하고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있어야 하며 ▲한미 연합방위능력에 변화가 없어야 하고 ▲한반도 경제안보에도 영향이 없어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양국은 주한미군의 감축 시기와 규모, 단계별 감군절차, 안보불안 해소를 위한 전력보강 대책, 새로운 한미동맹 개념 규정 및 그에 따른 주한미군의 역할.기능 조정, 주한미군 해외이동시 사전협의 제도화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인교준 기자 lye@yna.co.kr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