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3일 오전부터 4일 새벽까지 설악산에서제2차 장성급군사회담을 갖고 서해상 무력충돌 방지 방안에 전격 합의를 이루고 실무대표접촉을 10일께 개성에서 열기로 해 남북간 공고한 군사채널을 구축했다. 특히 장관급회담을 정점으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장성급 군사회담이라는양 날개를 달게 돼 '화해와 협력'의 기틀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양측 군당국은 예정시간을 넘겨 심야 마라톤 회의 끝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매우 진지한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다음 회담의 날짜를 잡지는 못했지만 군사현안을 축으로 장성급 군사회담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남북 양측이 회담 테이블에 꺼내놓았던 숙제들은 이번 회담에서 대충 마무리 지었다"며 "실무접촉을 이어가면서 차기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다뤄야할 의제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한 군당국 사이에 초보적인 군사신뢰 조치에 대한 첫단추를 꿰 앞으로 회담이 정기적으로 개최된다면 군당국간 핫라인 설치와 군축문제등 높은 단계의 신뢰구축 방안이 협의될 가능성도 커졌다. 남측의 한 회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방안들을 합의하고 나면 보다 큰 틀의 긴장완화 확대 방안과 신뢰구축문제들을 협의하는 방안에 대한 북측 의사를 타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이번 회담의 의제가 해상 무력충돌 방지 문제였던 만큼 해상작전 분야전문가들을 양측 수석대표로 내세워 회담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줬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는 회담 의제에 따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수석대표로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장성급회담이 주목을 끄는 것은 앞으로 이 회담이 어느 수준 및 단계까지의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를 협의할 수 있겠느냐는 대목이다. 만약 남북이 서해상 무력충돌 방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가동한 이 회담을 애초 가동 목적이 달성된 뒤에도 계속해서 유지하기로 합의한다면 한반도 전쟁 억제와군사분계선 인근에서 긴장완화 방안 등을 최우선 의제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장관급회담에서 이번 회담이 합의되는 과정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내세워 회담을 어렵게 이끌던 북한이 전격적으로 합의에 나선 것은 최고지도부의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 향후 회담 전망을 비교적 밝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장성급회담을 계기로 최근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문제가 이슈화되는 상황에서 남북 군사당국간 대화채널을 통해 남과 북이 각각 서로 다른 시각에서 느끼는 안보불안감을 해소하고 남북 상호간 긴장완화 및 군축으로 이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상호불가침과 그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3개월 안에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운영을 명시돼 있으나 지켜지지 않은 전례를 볼때 합의를 실천해 나가려는 양측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