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는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반영, 고질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정책 경쟁의 장(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않다. 희망의 `키워드'는 물론 `여대야소'로의 역학구도 변화와 의회 구성원의 세대교체에 있다. 초선 당선자가 전체 의석(299명)의 62.5%(187명), 여성 당선자가 역대 최다인 13%(39명)를 차지하는 가운데 국정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놓고 여야가 치열한 `논리 대결'을 펼치면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연출하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기대 섞인 관측이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는 총선 민의를 존중하듯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상생의 정치' 구현과 함께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정치개혁 ▲국회개혁 ▲규제개혁 ▲일자리창출 ▲남북관계발전 ▲미래위 등 6개 특위 구성에 합의하는 `새정치경제협약'을 체결, 국민들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양당은 특히 원내정당화를 내걸고 정치의 중심무대를 정당의 당사에서 국회의사당으로 옮기고 있고, 국회 역시 국회의장 직속 예산정책처를 발족하는 등 예산심의및 재정통제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국회의 전문성 제고 차원에서 상임위원회를 현실에 맞게 통폐합 또는 재조정하자는 논의가 여야 원구성 협상 착수와 함께 본격화될 전망이어서주목된다. 일부에선 의석수가 26석 증가한 만큼 상임.특위 숫자를 늘리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국회법 개정사항이라는 점에서 빨라야 9월 정기국회 이후에나 논의의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그러나 예산정책처 가동에 맞춰 예결특위가 상설화되고 국회가 매달 열리는 상시국회 체제로 바뀔 가능성은 커 보인다. 이에 따라 `아니면 말고' 식의 정쟁 도구로 전락한 국정감사도 일정이 대폭 축소되거나 비능률.비효율 제거 차원에서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 외형적 변화도 선량들에게 자세를 가다듬게 하는 `채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4일 개국한 국회방송(NATV)이 대표적인 견제장치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상을 지역 유선방송과 위성방송(채널156)을 통해 하루 16시간(오전 9시-다음날 오전 1시)동안 편집없이 가정으로 생중계함으로써 의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유권자가 안방에서 `감시'하게 된 것이다. 국회방송은 본회의를 비롯, 예결위.상임위.청문회 등 의원들의 언행을 살필 수있는 국회내 거의 모든 의사현장을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안방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언론의 감시 기능이 확대된 것도 `일하는 국회'를 이끌 동력으로 꼽힌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일단 원내활동 강화에 대비해 본청에 기자브리핑룸을 하나더 설치키로 합의한 가운데 법사.재경.정무.통외통위 등 민감한 국정 현안을 다루는주요 상임위에 대해 속기사를 충원, 발언록을 속보로 서비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밖에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예산심의 과정 등 각종 회의가 공개되는한편 표결 기록제와 법안실명제가 확대 실시되고 유명무실한 윤리위원회의 기능이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의정운영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의원행위의 윤리성 및 책임성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지만,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