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한미군 일부 병력을 이라크로 차출하는 방안을 우리 정부측에 협의해 온 데 대해 17일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단 정확한 상황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한반도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뿐만아니라 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문제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정당별로 드러나는 반응은 평소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과 국군의 이라크 파병에대한 태도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였다.

과반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당내에서부터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제기됐다.
보수적
인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인사들은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철수가 당장 몰고올 한반도의 안보공백을 우려하며 정부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당내 대표적 `외교통'인 정의용(鄭義溶) 당선자는 "미국은 제한된 병력으로 글로벌 방어를 하는 만큼 그같은 계획을 마련했겠지만 우리로서는 외교정책과 남북문제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朴映宣) 대변인은 "주한미군 (차출)문제는 (국군의) 이라크 파병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당내 충분한 논의를 통한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반면 국군의 이라크 파병 재검토를 주장하는 인사들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이라크 사태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국군의 이라크 파병시기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하는 새로운 근거로 제시했다.

또 주한미군 차출과 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별개 문제라고 못박았다.
이미경(李美卿) 상임중앙위원은 "국회가 동의한 파병안은 전후 복구와 재건지원이 목적인데지금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같다"면서 "파병목적이 달성될 수있는 상황에 파병하는 시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6월말 이라크 임시정부가 수립되면 임시정부와 파병문제를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로 인한 한반도안보공백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주한미군 차출이 향후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지적하며 정부의 근본적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국방위 소집 등을추진하는 등 `안보정당'으로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진작부터 예고됐던 것"이라면서 "당장 한반도에 군사적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자본가들에게 한미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오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진(朴 振) 의원은 "국내에서 이라크 파병 재검토 주장이 나오는 시점에 미국의 주한미군 차출 얘기가 나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향후 미군 재배치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간 정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 반대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민주노동당은 주한미군의 이라크파견에 대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히면서도,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노당 관계자는 "북한의 침략위협이 있는 상황도 아닌 만큼 이라크에 차출된주한미군이 미국 본토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민주노동당은 "주한미군이 이라크에 파병되면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계획은 철회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파병철회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대변인은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국민앞에 밝혀야 하며 한국군의 파병에 대해서도 그 시기와 내용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민영규 황희경기자 bingsoo@yna.co.kr youngkyu@yna.co.kr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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