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심리 두달여만에 기각 결정으로 마감됐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오전 10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공판에서 대통령을 파면해 달라는 국회의 청구를 기각, 그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심리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에따라 노 대통령은 윤영철 헌재소장의 주문 선고와 동시에 직무정지 63일 만에 대통령 직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지만 국회는 무리한 탄핵을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헌재는 대통령의 일부 기자회견 발언 등이 선거법 중립의무 조항 및 헌법의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대통령을 파면시킬 만한`중대한 직무상 위배'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탄핵사유중 대통령 측근비리 사유는 취임전 일이거나 대통령의 연루 여부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 국정 및 경제파탄 사유는 애초에 탄핵심판의 대상이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각각 내렸다. 헌재는 또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과정이나 절차 등에 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통해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쪽으로 헌법재판소법 36조 3항을 해석, 소수의견은 물론 파면.기각.각하 등 재판관들의 의견이어떤 식으로 나뉘었는지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 대리인단 문재인 변호사는 선고직후 눈물을 글썽이며 "일단 기쁘다"고소감을 밝힌 뒤 "그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만큼 정치문화가 한단계 더 발전하고 국민이 통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추위원인 김기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결과에 승복한다"며 "이번 헌재 결정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한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그러나 소추위원측 하광룡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당선만 되면 위법행위에 대해아무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사례를 남긴 것"이라며 "측근비리를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사유중 2월 경인지역 언론사 초청 기자회견, 방송기자클럽초청 기자회견은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 중앙선관위 경고에 대한 폄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은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그러나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 파면은 `중대한 직무상 위배'로 해석해야한다"며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등을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파면할 만한 중대사유로 보긴 어렵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다만 "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존중하는 것은 물론 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국민의 위헌.위법행위에 대해 단호하게나서야 한다"며 "법치국가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대통령이 헌법수호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헌재는 12.19 리멤버 행사, 1월14일 연두 기자회견 등 노 대통령의 다른 발언은허용되는 정치적 의견표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고영구 국정원장 임명과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둘러싼 대통령 행위도 법률 위반 수준은 아니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측근비리 사유에 대해 "대부분 대통령 취임전 일이어서 대통령의 `직무상' 위배라고 보기 어렵다"며 "최도술.안희정.여택수씨 등 취임후 측근비리 역시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점이 드러나지 않는 만큼 국회의 청구는 이유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탄핵사유인 국정.경제파탄에 대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 잘못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내용인 만큼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며 사실상 각하했다. 선고가 이뤄진 헌재 청사 주변에는 6개 중대 600여명의 전경들이 나와 삼엄한경비체제를 구축했으며 일반 시민들도 헌재 앞에서 탄핵 찬반 구호가 적힌 피켓을들고 시위를 벌여 오전 일찍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안희 기자 jbryoo@yna.co.kr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