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오는 13일을 전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를 내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권이 초읽기에 들어간 탄핵심판 내용과 향후 정국을 가늠하면서 긴장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핵심인사들은 대통령의 복직을 통해 침체일로에 있는 경제를 살리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면서도 헌재 결정의 방향에 대해 초조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탄핵을 주도한 야권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간에 승복할 것이며 국정안정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당 = 헌재의 결정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탄핵소추안의 각하 또는 기각을 통해 금주중 대통령의 복직과 국정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당은 또 헌재가 탄핵소추안 기각을 결정하면서 소수의견(탄핵찬성)을 공개할 경우 향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0일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경제와 헌재 심판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두 달간의 직무정지 상태가 이번주에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경제 주체들도 자신감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신기남(辛基南) 새정치실천위원장은 회의에서 "13일 정도로 예정된 탄핵심판 선고가 정말 중요하며, 나라의 명운이 헌재에 걸려있다"면서 "총선민의를 반영한 결정이 내려져서 새 마음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초조하다"며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되리라고 생각했느냐. 사람이 하는 일이라 초조할 수밖에 없다"면서 "헌재에서 소수의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합의제 심판에서도 소수의견을 발표하지 않는다"며 소수의견의 비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총선민의에 합당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헌재 결정 이후 개각 등 국정운영에 있어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민감한 정책현안에 대한 여당내의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당선자들과의 그룹별 모임에서도 헌재의 결정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등 향후 정치권의 최대 이슈가 될 탄핵문제 해법 마련에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헌재 결정이 6.5 재보선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한 듯 헌재가 각하나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총선을 치르는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근본적인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인용이 된다면 다르겠지만 기각이나 각하가 된다면 백배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절차적 비용이 들어가고 국민의 혈압을 오르게 한데 대해 백배 사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특히 탄핵 때문에 억울하게 고배를 마신 낙선자들에 대한 책임도 있으므로 당내 숱한 이론에도, 억압적으로 강행한데 대한 정치적 책임도 분명히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진(朴 振) 의원도 "헌재의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 정도"라고 전제하면서도 "어쨌든 대통령은 국가운영을 잘못했고 국회는 탄핵으로 인해 국민을 불안하게 했기 때문에 정치권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일(朴世逸) 당선자도 "대통령이 탄핵되든 안되든 국회와 대통령은 서로 얽혀서 국민에게 혼란과 분열을 주는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데 대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헌재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공식 입장 이외에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도 "지금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결과를 담담히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탄핵발의는 헌법 절차대로 한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 등) 모든 것은 헌재 판결이 난 뒤에 검토하자"고 말했다. ◇민노.민주당 = 민주노동당은 국회의 탄핵안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헌재가 기각 판결을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영길(權永吉) 대표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목에서 헌재가 법리적 자구해석에 매달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탄핵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각판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전 비상대책위를 열어 헌재의 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모두가 승복해 국민통합의 계기가 돼야 하고 조속히 국정이 안정돼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온 국민이 합심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장전형(張全亨) 대변인이 전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회의에서 "중국쇼크, 이라크 추가 파병, 사상 초유의 유가 상승, 남북문제 등 국내외적으로 현안이 산적해있는 만큼 조속한 국정안정이 필요하다"면서 "헌재 결정이 내려진후 민주당은 작은 힘이나마 경제와 민생이 제 자리를 잡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강영두 기자 mangels@yna.co.kr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