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평화재건지원을 위해 쿠르드족 자치지역으로 파병될 예정인 한국군 자이툰부대의 파병일정이 늦춰지는 것은 주둔 예정지의 내부문제와 국내여론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6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파병지를 최종 확정하고 본격적인 파병준비에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NSC 상임위원인 정세현 통일부장관의 국내 부재등을 이유로 회의 개최를 연기했다. 파병지로 잠정 결정된 이라크 북부 아르빌의 최대 정파인 쿠르드민주당(KDP) 지도자겸 이라크 과도통치위원인 마수드 바르자니에게 요청한 쿠르드 자치정부의 파병관련 회신이 접수되지 않은 점도 회의무산 요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자이툰부대 파병을 위해서는 아르빌 주정부의 주둔과 공항 사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서한이 공식 접수돼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어 정부 차원의 주둔지 결정이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늦어도 내주중에는 아르빌 주정부의 공식답변이 접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쿠르드족 내부문제로 인해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주정부가 낡고 기능이 저하된 공항 보수를 위해 국제입찰을 준비하는 마당에 자이툰부대가 공항을 사용하고 인근에 숙영지를 조성할 경우 공항임대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병대 `페쉬메르가'의 활동으로 치안이 안정된 상황에서 전투병 위주로 편성된 자이툰부대 병력 3천600여명이 주둔한다면 자치권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의회 일각의 지적도 공식입장 발표 지연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르빌 주정부가 한국군 주둔을 환영한다고 공식 발표하더라도 파병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는 의문이다. 미군과 영국군이 이라크 포로를 성적으로 확대한 의혹이 최근 불거진 것을 계기로 아랍권 전체가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이툰부대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국내에서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35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3일 종교계, 여성계, 학계, 교육계 등 각계 인사가 참가한 가운데 1만571명의 명의로 이라크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비상시국선언을 발표, 정부를 압박했다. 국민행동은 "미군의 야만적 인권유린으로 국제적 비난이 들끓고 있는데도 자이툰부대를 파병한다면 한국을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17대 국회가 개원하는 6월까지 각 정당과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파병철회안 상정을 위한 면담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국민행동은 또 온.오프라인에서 이라크 파병철회를 위한 국민청원에 참여할 국민들의 서명을 받아 국회 개원과 동시에 국민청원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의원도 "(국회 추가파병 결정 당시와) 전쟁상황이 다르지만 미국과 약속도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파병시기와 규모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라며 국내외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했다. 군 당국은 아르빌 주당국이 자이툰부대의 파병으로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은 만큼 공항 사용 및 주둔을 조만간 허용, 7월께는 본대 파병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나 포로 성학대 파문으로 파병시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여론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달 중순까지 주둔지가 결정되면 자이툰부대 파병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으나 국내 파병철회 여론이 악화될 경우 파병시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결국 3월23일 창설된 이후 파병교육을 사실상 종료한 채 정부의 주둔지 결정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자이툰부대가 당초 예정보다는 늦었지만 7월까지 파병할 수 있을지 여부는 국내여론과 정치권에 달려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