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인들이 `돌풍'을 일으킨 17대 총선에서 대거 낙선한 각당의 중진의원들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많게는 20년간 의정활동을 펼쳤던 중진의원들의 일부는 정계 은퇴수순에 들어간것으로 관측되고, 일부는 재기를 다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의원은 총선 다음날인 16일 보좌진들에게 의원회관 사무실 뒷정리를 지시한 뒤 홀로 고향인 영주 부근의 소백산으로 들어가 닷새간 칩거하며 향후 구상을 가다듬었다. 홍 의원은 `논어'에 나오는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 그 직위에있지 않거든 그 자리의 정사를 논하지 말라)'을 인용하며 "당장은 정치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 이전에 약속한 이라크 파병부대 동참 계획은 어떤 형태로든 실행에옮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경대(玄敬大) 의원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의장 및 상임운영위원으로서의 당무에충실하고 있다. 또한 지역구인 제주에 변호사 사무실을 유지하면서 재기 의지도 다지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전 선대위원장은 낙선후 한화갑(韓和甲) 비대위원장과만나 당 수습방안을 논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일절 외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추 의원은 서울 자택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광주에서의 3보1배와 전국적인 선거지원활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불모지인 대구에서 김금지 여사 등 가족들과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치렀던 조순형(趙舜衡) 전 대표도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보좌진에게 의원회관 사무실을 비우도록 지시한 조 전대표는 최근 20년간 의정활동을 펼쳤던 국회에 들러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조 전 대표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균환(鄭均桓) 전 총무는 낙선후 한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가 최근 선거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지인들을 만나면서 소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는 여의도 자택과 의원회관을 오가며 16년간 묵은 짐을 정리하거나독서, 사색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박 전 대표는 금명간 여의도 63빌딩 부근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독서와 집필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조용하게 지내고 있는 야당 중진 의원들과 달리 열린우리당의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상임중앙위원직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낙선후에도 당의 공식회의에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21일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기도 했다. 신설 가능성이 있는 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등 입각이 유력시되는 이 의원은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고일환 강영두기자 mangels@yna.co.kr koman@yna.co.kr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