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의 '여대야소' 국회는 정치지형에도 근본적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여대야소' 정국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국정 주도권을 사실상 부여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에 개헌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3분의 2 의석(2백석)은 허용하지 않았고, 한나라당엔 개헌저지선을 훨씬 넘긴 의석을 주었다. 야당에 여당의 독주를 막고, 적절히 견제하라는 역할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민심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등장한 '거여견제론'과 '안정론'의 절묘한 조화를 선택한 셈이다. '여소 야대' 국면에 익숙해 있던 정치권은 이제 새 전략을 갖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정국 운영방안을 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지난 1년간 거대야당에 발목이 잡혔던 각종 개혁입법의 추진 등 국정개혁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점쳐진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제3의 정치 혁명으로 의회권력을 교체해 달라"며 개혁 활동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여당은 불법정치자금 국고 환수법과 공무원에 노동2권을 보장하는 공무원노동조합법, 비정규직처우 개선에 관한 법,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 등 특정범죄의 경우 5백만원 이상 수수한 자와 제공한 자를 검사가 반드시 기소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여당은 이 과정에서 개혁의 한 축인 민노당과 사안별 협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정치권에서 이념적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 구도가 자연스럽게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을 한 축으로 하는 진보와 한나라당과 다른 당을 한 축으로 하는 보수로 나눠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주력인 재야 운동권, 386 출신의 민주화 세대가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국정운영에 개혁적 색채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당은 일단 각종 법률 통과에 필요한 과반 의석수를 확보했다고 해서 '일방통행'식의 국정운영은 가급적 피해야 할 것이다. 야당과의 대립은 자칫 '거여의 오만ㆍ독선'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는 데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등과 연대해 강한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대표는 16일 향후 여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지만, 여당이 잘못가고 있는 데 대해서는 비판하고 나설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여야가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고 있는 현안들이 많아 주도권을 강하게 행사하려는 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이 갈등을 벌일 소지는 다분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갈등해소를 위한 대통령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여대야소' 국면에서 정치갈등을 줄이려면 대통령이 의원 개개인을 상대로 로비라도 벌여 설득하면서 소수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