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선거운동이 14일 자정으로 막을 내리고 15일 심판의 날을 맞게 됐다. 돈은 묶고 후보자의 입과 발은 푸는 것을 핵심으로 한 개정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정당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실시된 이번 총선은 각 당 및 후보들의 선거운동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또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사건과 맞물리면서 선거판은 요동을 거듭해왔다. 우선 돈선거, 조직선거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큰 변화다. `돈먹는 하마', `조직선거의 본산'인 지구당제도가 폐지된 데다가 선거범죄신고포상금 최고 5천만원 상향, 금품.향응을 제공받은 유권자에 대한 50배 과태료 부과라는 새 제도 도입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의 경우 예비후보자 도입 등으로 사실상의 선거운동기간이 대폭 늘어나 선거가 조기에 과열되고 당내경선이 대폭 늘어나면서 어느 때보다도 조기과열 선거분위기가 우려됐으나 다행히 과거에 비해 선거문화가 대폭 개선됐다. 중앙선관위 유지담위원장은 14일 "극한 대립속에 혼탁선거가 우려됐으나 과거어느 때보다 차분한 선거분위기를 (유권자들도) 느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군중을동원하는 모습이나 금품과 음식물을 제공하는 사례가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기 전 당내 경선 과정과 선거 막판에 일부 금품.음식물 제공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지만 과거에 비해선 상당 정도 개선된 것만은 분명하다. 선거법 위반 적발건수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으나 이는 선거법 단속기준이 강화되고 그동안 음성적으로 비밀리에 이뤄졌던 각종 불법선거가 드러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6대 총선이 끝난 이후부터 지난 11일까지 선거법 위반 적발건수는 총 5천342건으로 지난 16대 총선 때 2천268건의 2.4배에 달했다. 돈선거가 줄어든 반면 후보자 비방이나 흑색선전은 대폭 늘어나 `오럴해저드'에대한 새로운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등 사이버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악용한 불법선거운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새로운 인터넷 문화 창출 차원에서도 강력한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6대의 경우 사이버이용 불법선거운동은 25건이었으나 이번엔 254건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선관위가 정식처리하지 않고 삭제요청한 6천800여건도 전부 선거법 위법사항이라는 점은 그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책선거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핵폭발급 이슈가 부각되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져 정쟁만이 부각됐다. 또 지역일꾼을 뽑는 총선의 의미가 `제2의 대선'으로 본질이 희석된 측면도 있다. 여기에다가 노풍(노인폄하 발언), 박풍(박근혜 효과) 등이 불면서 정책보다는눈물로 호소하고 삼보일배 참회하는 `감성의 정치'로 연결되면서 정책선거의 또다른장애물이 됐다. 그 결과 정책보다도 상대 후보의 실수에 의해 당지지도가 좌우되고, 지역구 후보보다도 각 당 대표의 활동과 동선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는 지적이다. 각 당들이 정책 차별화보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서 상대당 공약 `베끼기 경쟁'을 한 것도 정책선거를 가로막는 한 요인이 됐다. 미디어선거도 예전에 비해 크게 활성화됐으나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평가다. 각 당의 주요논객이나 정책위의장, 비례대표 후보자 대표 등이 참석한 방송토론회 횟수는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정작 지역구 차원에서 후보자간의 질의.응답을 통해 검증하는 TV합동토론회는 일부 후보자들의 거부로 반쪽으로 진행되거나 일방통행식으로 자기 주장을늘어놓는 TV 합동연설회로 실시됐다. 노인층이나 농어촌 유권자들을 배려한 선거운동이 대폭 줄어든 것도 보완돼야할사항으로 꼽힌다. 합동토론회, 정당연설회가 폐지되고 사이버선거운동이 강화되면서노인들이나 농어촌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비교.분석할 기회마저 상당 부분 박탈당했다는 지적이다.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도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후보자만이 어깨띠를 매게하고 2인 이상은 동일한 모양과 색상의 복장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등 과도하게 선거운동을 규제함으로써 `민주주의 축제'로서의 선거의의미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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