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장관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관련,또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탄핵소추를 취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정치권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던 강 장관이 이번에는 노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 간사인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접 만나 탄핵심판 사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23일 탄핵소추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기 직전에 노 대통령 대리인단과 만났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상당한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강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 M호텔에서 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대리인단 간사인 문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가진 회동(會同).법무부측은 강 장관이 "문재인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만둔 후로 한번도 만나지 못해 19일 오전 한차례 만나 인사만 나눴을 뿐이며,탄핵심판과 관련한 서류를 주고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법무부가 정부의 법 해석기관으로 헌법재판소에 23일까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데 있다. 특히 그동안 강 장관이 보여온 일련의 행보에 비춰 법무부가 이번 의견서에서 국회의 탄핵의결에 따른 국정의 난맥상을 지적하는 등 국회의 탄핵사유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정부(법무부)측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변호인단을 조직적으로 지원하거나 변호인단과 모종의 협의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정부가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며 강 장관 문책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강 장관이 대한민국의 법무장관인지,노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지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며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강 장관에 대해 엄중 경고토록 촉구하고,감사원에 직무감찰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배용수 수석부대변인도 "강 장관이 문 전 수석을 만난 것은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영향을 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강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15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법률적으로 가능하다면 총선 후 새로 구성될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취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강 장관 발언에 대해 "강 장관은 노 대통령 개인 변호사가 아니고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 각료"라면서 강력 성토했으며,고 건 대통령 권한대행도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정치사안에 대해 발언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특별주문하기도 했다. 또 중앙선관위는 강 장관의 발언이 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강 장관이 노 정권 출범 이후 야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발언을 한 것에 비춰 이번 행동도 정치적 의도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강 장관은 지난해 3월 장관에 취임해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북송금 특검법이 통과되자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해야 한다"고 소신발언을 하는가 하면 지난해 9월에는 송두율 교수 조사와 관련해서도 "송 교수가 노동당 정치위원 김철수라고 해도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