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휘청거렸던 금융시장이 이번주에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증시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이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때마침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테러 충격을 딛고 큰 폭으로 반등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정치와 경제는 별개"라며 지난 주말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주식 매도와 펀드 환매를 자제키로 하는 등 금융 당국의 시장 안정 노력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과거 수차례의 금융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해결한 경험이 있다"면서 '이헌재 효과'에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 외국인 투자패턴 변화없을 듯 지난 주말 국제 금융시장에서 외평채 해외 DR 등 한국물은 국내 증시가 요동을 친 것과 달리 안정세를 보였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12일 외국인은 주식을 7백1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탄핵 결의 자체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아니다"면서 "외국인의 급격한 투자패턴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템플턴투신의 오성식 주식운용본부장은 "과거 수십년간 우리나라에서 정치와 경제가 따로 움직여온 것을 지켜본 외국인은 이번 탄핵 역시 정치 사건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 본부장은 "수출을 제외하면 내수 침체, 설비투자 감소 등 증시 주변 여건은 더 이상 악화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라면서 "뮤추얼펀드 연기금 등 해외 투자자들은 주가가 더 하락하면 저가 매수에 가세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또 증시 역학구도를 감안할 때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측한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42%(시가총액 기준)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투자주체다. 이는 주가 급락시 외국인이 가장 많은 손실을 입는다는 뜻이다. 이원기 메릴린치 전무는 "일부 외국인들이 국정 혼란으로 침체된 내수 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지만 대량 매도로 번질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 국내 기관도 시장 안정에 동참 외국인이 '평상심'을 유지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이 '팔자'를 지속하면 시장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지난 12일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40포인트 이상 폭락한 것도 기관 및 개인들이 일제히 대량 매도에 나선 탓이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시장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히 연기금 투신사 증권사 등 기관들은 손절매(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파는 것)를 자제키로 하는 등 시장 안정에 협조키로 했다. 국민연금은 "기계적인 손절매를 하지 않겠다"면서 "탄핵 정국과 무관하게 당초 계획대로 주식 순매수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은 "15일이 탄핵 정국과 관련해 증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증시 변동에 따라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협회는 "지난 주말 투신사에서 자금이 크게 이탈하지 않았다"면서 "과거 금융 혼란기 때처럼 대량 환매 사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신사들은 사전 예방조치로 연기금이나 금융회사들이 펀드 환매에 나서지 못하도록 정부에 협조를 구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