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부(可否)운명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9일 오후 발의된 탄핵안은 국회법 규정에 따라 12일 오후 6시27분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는 것이다. 여야는 11일 오후부터 탄핵안 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심야 육탄공방을 벌이는 등 이틀째 첨예한 대치를 계속하고 있으나 헌정사상 처음으로 발의된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에서의 가부를 떠나 정치권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탄핵정국의 와중에서 남상국(南相國) 전 대우건설 사장의 투신, 국회 앞노사모 집회에서의 탄핵반대 분신, 국회본청 차량돌진 등의 사건이 잇따르며 사상유례 없는 혼란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폐기 = 열린우리당의 저지로 탄핵안 상정이 무산돼 시한만료로 자동폐기될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당장 지도부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2야 지도부는 탄핵찬성 의원의 명단을 별도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탄핵론'을 제기하며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때까지 탄핵정국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특히 야권은 탄핵안 재발의나 총선보이콧, 개헌론 등의 카드로 총선정국 주도권확보를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미 노 대통령의 총선과 재신임 연계 방침에 대해 2야는 또다른 탄핵사유라며 반발해 왔다. 이에 대해 여권은 탄핵 부당성 홍보로 맞서면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가 탄핵을 둘러싼 찬반론으로 양분되며 무한한 소모전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부결 = 자동폐기시 보다 야권과 지도부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반대로 노대통령의 리더십과 열린우리당의 결속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급속히 탄핵가결에 의원들이 결집하며 탄핵선(181명)을 확보했다고 장담해 온 만큼 양당 지도부의 당 장악력 약화 뿐 아니라 와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여기에 2야는 총선을 앞두고 책임론을 둘러싼 내분이 격화되면서 열린우리당측에 총선정국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다만 야권에서는 표결과정에서의 `여권 공작설' 등을 제기하며 반전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파괴력은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탄핵안 저지의 기세를 몰아 당 결속을 강화하면서 당을 총선대응체제로 급속히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결 = 가결시의 충격은 탄핵안 부결이나 무산의 경우와 비교할 수 없는 메가톤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정사에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권한 정지 `식물대통령'이 등장하며 그 파장은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가결된 뒤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까지는 최장 180일이 걸린다. 최장6개월 동안 사실상 대통령 부재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탄핵안 국회가결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개헌론 공론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최종결정이 나면 국민의 뜻을 모아 다음 대통령 선거를할지, 개헌을 할지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결정날 것"이라고 개헌론을 언급했다. 민주당도 지난해 11월 전당대회에서 분권형대통령제를 정강.정책에 명시한데다 자민련은 창당 이래 초지일관 내각책임제 개헌 전도사를 자임해 온 만큼 개헌에 대한 3야의 이해는 일치돼 있다. 현재의 정치구도상으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만으로도 개헌의결선인 재적3분의 2을 확보한 상황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20일 이상 공고, 공고후 60일 이내 국회 의결, 의결후 30일 이내 국민투표의 절차를 거치는 만큼 각 기간을 최소화하면 16대 국회에서도 개헌추진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선거법 개정을 통한 1개월 가량 총선 연기론도 나온다. 그러나 개헌론이 본격화될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 정.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방향을 둘러싼 논란과 각 정치세력간의 이합집산, 개헌후 주도권확보를 둘러싼 당내 권력투쟁 가속화 등 정국의 불투명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다만 개헌론의 구체화 여부는 헌재의 탄핵결정 시점과 소장파 의원 등 야권내일각과 여권의 반발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헌재의 탄핵결정이 나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을 논의하는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이다. 또 시점을 떠나 탄핵안 제기의 숨은 목적이 개헌을 통한 권력찬탈이라는 지적도 야권의 입장에서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