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업체 북한이전 1호 CEO 김정태씨
"값싸고 풍부한 원료와 노동력으로 양질의 우리전통 삼베의 세계화에 앞장서겠습니다"
10년간 중국에서 삼베를 생산해오다 지난 달 18일 해외진출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현지공장의 북한이전 승인을 받은 ㈜안동대마방직 김정태(61) 대표는 연합뉴스 기자와 전화통화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북한과 합작기업을 설립한 기존 남한 기업과는 달리 김 대표는 북측 새별총회사 등과 합영회사를 설립해 경영과 인사, 재정 등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게 된다.
지난 94년부터 중국에서 삼베를 생산해오던 김 대표가 북한으로 생산지를 이전하려는 이유는 각 공정마다 중국 노무자들이 관여해 생기는 기술 및 노하우의 누출문제 때문이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과 노하우를 아무런 노력없이 중국에서 가져가고 게다가 그기술로 모조품을 만들어 우리보다 싼 값에 판다고 하니 끔찍했지요.
어렵사리 중국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자본이 잠식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요" 그는 수작업에 의존했던 삼베생산의 대량화를 가능케 한 기계화 기술 특허를 낸데 이어 지난 2000년에는 특허청으로부터 신지식 특허인상까지 수상한 경험이 있다.
북한행을 결심한 김 대표는 북한 토질과 비슷한 두만강 유역에서의 시험재배 결과를 북측에 보내 합작사업을 제안했고, 3년여에 걸친 설득끝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측이 건물과 토지 등으로, 남측은 생산설비 등으로 각각 1천500만달러씩을 투자키로 하고, 우선 평양에 본사를 두고 황해도 해주ㆍ사리원, 평북 의주 일대 등 모두 7개 지역의 대마 재배지에 섬유공장을 만들 계획이다.
사업 첫 해인 올해 300만평에서 대마를 재배해 3천명분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80억∼100억원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는 그는 3년 뒤엔 10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북측도 금강산 관광사업보다 이 사업이 더 낫다고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철학을 전공했던 그가 삼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81년. "한국을 찾은 이탈리아의 한 사업가에게 안동포를 선물했더니 '이탈리아에서도 보기 힘든 섬유'라면서 대마로 원자재를 만들면 사겠다고 제안하더군요"
하지만 그 때만 해도 국산 삼베는 품질은 최상품이었지만 일일이 손으로 짜야했기 때문에 희귀한 만큼 가격도 비쌌다고 한다.
당시 국내에서는 삼베가 상품으로서 개발되기 전이라 그는 '민족섬유'의 세계화에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 끝에 92년 미국으로 건너가 2년간 연구를 거듭했고, 94년 드디어 기계화에 성공해 대량생산의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마를 대량으로 재배할 수 없어 공급이 부족한데다 설령 재배한다 하더라도 원자재 값이 중국에 비해 9∼12배나 비싸 중국에 진출했던 것.
작년부터 임가공 형태로 북한에서 삼베를 생산하고 있는 그는 우선 벽지, 양말,속옷, 병원복, 골프웨어 등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한편 ▲화폐지 생산 ▲대마잎성분에서 추출한 의약품 재료를 이용한 제약회사 설립의 꿈도 가지고 있다.
북측의 대마 유용가능성에 대해 그는 11일 "삼베나 약제에 쓰이는 것이 더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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