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3일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에 대해 공무원의 선거중립 준수 의무를 사실상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는 이날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대통령이 비록 정치활동이 허용된 공무원으로서 '광범위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으나 선거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기도 하므로 앞으로의 선거에서 중립 의무를 지켜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중립 의무준수 강력 요청' 결정은 처벌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다시는 '선거 개입 의혹'을 초래할 발언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이 같은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6시간30분 동안의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이처럼 '장고'한 것은 총선사상 처음으로 노 대통령이 당적을 갖지 않은 채 '정신적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직간접으로 표명한 데다 이에 대한 위법 여부를 판단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선관위가 미약한 결정을 내릴 경우 선관위 자체를 탄핵하겠다고 압박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선관위는 이번 결정을 내리기 위해 연 전체회의에서 △노 대통령을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정치인으로 볼 것인가,선거 중립을 지켜야 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볼 것인가 △정치인으로 본다면 선거운동에 돌입하지 않은 기간에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발언은 선거에 대한 단순한 의견 개진인가,의도적 사전 선거운동인가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고의성을 띠지 않은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볼 것인가,정치적 목적을 띤 의도적 발언으로 볼 것인가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표결을 실시했다. 그 결과 6 대 2로 '공무원의 선거중립 준수의무' 위반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사전 선거운동' 여부는 5 대 3으로 '아니다'는 결정을 했다. 선관위원들이 고심한 흔적을 역력하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선관위는 이에 앞서 지난해 말 노 대통령이 16대 대선승리 1주년 행사인 '리멤버1219'에서 '시민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가장 가벼운 징계인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대통령의 특수한 지위를 감안해 '주의'나 '경고'를 할 수 없으니 더 이상 노 대통령이 잡음의 소지를 만들지 말라는 사실상의 경고로 풀이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