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들의 지도부 퇴진요구에 이어 홍사덕(洪思德) 총무와 박 진(朴 振) 대변인이 사퇴를 선언한 다음날인 13일 한나라당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중간 당직자의 추가 사퇴에 이어 지도부에 대한 비판론도 이어졌고 공천과정에서 탈락한 일부 인사들이 대표실에 몰려들어가는 바람에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공식일정이 잠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무처 직원들 사이에선 "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이문열(李文烈)씨가 `침몰하는게 눈에 보인다'고 한 말이 실제 눈 앞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이날 오전 홍사덕 총무 주재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원형(李源炯) 제3정조위원장은 "이번 공천과정을 보니 원칙도 기준도 없다"며 당직사퇴를 선언했다. 무거운 분위기속에서 홍 총무가 사퇴의 변을 밝힌데 이어 박 진 대변인이 발언을 하려하자 김정숙(金貞淑) 의원은 "쇼 정치 그만하라. 무책임한 정치 그만하라.수백만 당원이 있고 유권자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북 포항.남울릉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탈락위기에 놓인 김형태씨의지지자들이 직원들의 제지를 뚫고 당사 7층 대표실에 몰려와 거세게 항의하는 소란도 벌어졌다.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의 예방을 받고 환담하다 급습을 당한 최 대표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들은 한 대사가 보는 가운데 "최 대표 물러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열린 운영위원회의장에서는 부산 동래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탈락하게 된이경호씨가 자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천심사위원인 이방호(李方鎬) 의원에게집어던지기도 했다. 맞은 편에서는 서초갑이 지역구인 박원홍(朴源弘) 의원이 공천심사위원인 이계경(여)씨에게 "아니 서초갑에 왜 여성을 공천하려고 하느냐. 음모설을 믿지 않지만문제있는 것 아니냐. 나는 죽어도 출마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등 곳곳에서 입씨름이 벌어졌다. 이재오(李在五) 전 사무총장은 자료를 내고 "지도부가 양지를 찾는다면, 지도부와 동시대를 누렸던 사람들에게 공천혁명, 시대정신을 내세워서 물러서라고 한다면설득력이 없다"며 "바람불고 눈보라치는 허허벌판으로 나오라"고 지도부 비판에 가세했다. 이상득 총장은 이런 당의 `아노미' 상태에 대해 "우리는 할 말이 있지만 반성할때"라며 "사태 수습이 끝나면 책임지겠다. 수습한 뒤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