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핵심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전면 물갈이가 이뤄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0일 사의를 표명한 라종일(羅鍾一) 국가안보보좌관후임에 권진호(權鎭鎬) 전 국정원 1차장을, 김희상(金熙相) 국방보좌관 후임에 윤광웅(尹光雄) 비상기획위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그러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장관 기용으로 공석중인 외교보좌관 후임은 복수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거친 뒤 추후 임명키로 했다. 한때 외교보좌관 후임에 반 장관과 외시 동기(3회)인 장재룡(張在龍) 전 프랑스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러 카드를 놓고 다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청와대 외교안보팀은 참여정부 출범 11개월만에 사실상 전면 교체됐다. 이라크 파병과 외교부 직원의 `대통령 폄하 발언', 자주외교 노선, 용산기지 이전 등을 둘러싼 외교안보팀 내부의 혼선을 정리하려는 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반영됐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이번 교체의 직접적인 동기는 외교부 직원의 폄하발언 사건이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김 보좌관은 이라크 파병 규모를 놓고 NSC(국가안보회의)와 마찰을 빚어오다 지난해 12월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었다. 라 보좌관은 이와는 조금 다른 경우이긴 하나 기본적으로 NSC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더욱이 NSC는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이 사실상 실무를 관장해 특별한 역할을 찾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중간에 나서서 참여정부 들어 역할과 비중이 커진 NSC의모든 실무를 이 차장이 맡고, 라 보좌관은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외교에 주력토록 `교통정리'를 해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라 보좌관은 업무처리나 조직 장악의 측면에서 노 대통령에게서 높은 평점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들의 교체로 우리 정부 외교 기조의 자주외교 색채가 보다 강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희상 보좌관은 `한국의 럼즈펠드'로 불릴 만큼 보수파 목소리를 많이 내왔고, 라 보좌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대화창구를 개설하는 등 미국 조야와 비교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퇴진이 이른바 `한미동맹파'의 퇴조를 의미하는게 아니냐는 해석인 셈이다. 그러나 NSC측은 이같은 해석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이른바 최근의 국방부,외교부,NSC 등 정부 부처간 갈등을 `자주파'와 `동맹파'간 알력으로 간주하고, 나아가 라.김 보좌관의 퇴진을 `동맹파'에 대한 `자주파'의 승리로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교체는 참여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외교 안보팀의 2기 진용을 짠 것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에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핵심관계자도 "노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일 뿐 일방적으로 `자주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등의 해석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특히 `친미파'로 분류돼온 반기문 전 보좌관을 외교장관에 기용한 것을 비롯, 군 출신인 권진호 전 국정원 1차장과 윤광웅 비상기획위원장을 국가안보보좌관(장관급)과 국방보좌관(차관급)에 각각 기용한 것에서도 이런 해석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권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은 육사 19기로 정보사령관과 32사단장, 주 프랑스 국방무관을 지낸 육군 중장 출신이며 전략정보 분야에 해박하고 추진력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윤 신임 국방보좌관은 해군 참모차장과 해군 작전사령관, 국방부 획득개발국장, 합참 군제기획단 부단장 겸 전략평가부장을 지낸 인물로 군내 평이 좋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윤 대변인도 학자 출신인 라 전 보좌관 후임으로 군 출신을 기용한 배경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노 대통령이 앞으로 국방문제에 더 관심을 쏟으려는 포석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반된 시각에도 불구, 이번 인사를 통해 적어도 이종석 차장을 주축으로 한 NSC의 역할과 기능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