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30일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의 경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총력 대응을 다짐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한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비롯한 당 소속 중진의원들의 줄소환 예고, 지지율하락, 중부.강원권 의원들의 동요 등으로 막다른 궁지에 몰리면서 "앉아서 죽을 수없다"는 식의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를 열어 한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민주당 고사작전이 노골화 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비상체제로 전환키로 했으며, 31일 오전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당 의장의 경선자금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대(對) 정부 전면투쟁을 통해 침체 일로에 있던 당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핵심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정권이 한화갑 죽이기, 호남 죽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며 "조속히 선대위를 구성하거나 비상대책기구를 꾸려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탈당했던 정범구(鄭範九) 의원이 한 전 대표의 회견 직전, 복당 기자회견을갖고 검찰의 편파 수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자 회견장에 모여있던 70여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정범구 파이팅', `노 정권과 싸우자'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 전 대표의 전 지역구인 전남 무안.신안 지구당 당원 80여명도 버스편으로 상경해 당사 대표실에서 농성을 벌였고, 부위원장 1명은 즉석에서 삭발을 하는 등 이날 민주당사는 마치 쑤셔놓은 벌집 같았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곧바로 응하기보다는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는 측근들의 건의에 따라 실질심사를 하루 연기해줄 것을법원에 요청, 31일 출두하기로 했고, "형무소에 가기 싫어 이렇게 한다는 인상은 주지 않겠다"며 출두 의사를 밝혔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이런 상황에서 총선에 참여해야 하느냐는 상당히 격앙된 논의가 있었다"고 말해 총선 보이콧 등 초강경 대응을 검토중임을 시사했고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은 "현역의원 2명이 더 올 것이니 기대하라"고 말했다. 김경재 위원은 "한 전 대표가 만약 구속되면 수도권 옥중출마가 어렵기 때문에원래 지역구인 무안.신안에 출마하거나 전국구로 배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내에서는 또 당 지도부의 정국 대처에 대한 불만과 특히 강운태 사무총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원회의에 참석, "대표가 오후 5시에 집에 가셔서 밥 먹는 시스템으로는 난국을 헤쳐갈 수 없다"며 "밤을 새워 많은 분들을 영입하고 당세를 확장하는 데 주력할 상황"이라며 조순형(趙舜衡) 대표에게 쓴소리를 한뒤,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장성민(張誠珉) 청년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이 위기에 빠져있는데도 자기 장사에만 몰두해있는 강운태 총장이 만악의 근원"이라며 "정치감각도 없고 한나라당에서 공천 탈락시킨 사람들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는 강 총장은 이참에 반드시사퇴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