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민간 방문단의 일원으로 북한 영변의핵시설을 돌아봤던 잭 프리처드 전(前) 미국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특사는 차기 6자회담이 실패하면 북한이 핵보유를 공식선언하고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이를 인정함으로써 북핵 억제를 위한 다자 동맹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처드 전 특사는 21일 뉴욕 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미국의 정책이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근거해 잘못된 길로 향하고 있다면서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나서는 한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같은 중량급인사를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해 정부내 대북정책에 관한 이견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리처드 전 특사는 자신의 방북 때 김계관 북한 외무부상이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며 날이 갈수록 우리의 핵 억제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말을 했다고 전하면서 8천여개에 달했던 영변의 핵 연료봉들이 모두 사라진 사실은이 말이 엄포가 아님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프리처드 전 특사는 "사라진 핵연료봉들이 모두 무기급 플루토늄으로 재처리됐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문제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핵 연료봉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이 아직도 보관시설에 남아 있다고 판단해 정책결정자들에게 시간이자신들의 편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처드 전 특사는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재개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일축한 것 이외에도 북한이 1998년 통신위성의 궤도진입을 위한 3단계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을 때 이를 부인했다 뒤늦게 인정했고 같은해에는 북한이 비밀 지하핵시설을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시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등 정보의 실패가 잇따랐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 역시 정보력에 비해 나을 것이 없어 잘 돼야 `아마추어수준'이고 가장 나쁘게는 동맹국들을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과는 거리가 먼 길로이끌려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프리처드 특사는 "북한과의 대화는 94년 합의된 다자간 접근구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도 아니며 다만 모든 당사자에게 가능하고 받아들여질 만한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자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중국의 외교적 치마폭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나설 것을 미국 행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패리 전 장관과 같은 중량급 인사를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프리처드 전 특사는 "차기 6자회담이 실패로 끝나고 북한이 외교적 해결과정에서 철수하는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북한은 그 후 `핵무기를 필요한 만큼 개발했고더이상은 제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대북 제재나 군사적 대치까지도 염두에 두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초래할최악의 시나리오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한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 일본까지도 "실제적인 위협은 크지 않다"면서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할 수도 있다고프리처드 전 특사는 예상했다. 그는 "그 결과 아시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민간 방북단 대표였던 존 루이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와의전화 인터뷰를 토대로 한 별도의 기사에서 북한이 핵문제에 관한 미국과의 대화를열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이스 명예교수는 인터뷰에서 북한 관리들이 미국 방문단에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해체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면서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더욱 합리적이고 친근한 얼굴을 보이기를 희망하는 것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