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부 장관,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인 추미애 의원. 이들 세 여성이 '3각 우먼파워'를 형성하며 올 정가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지난해 '혜성'처럼 나타나 높은 인기를 얻으며 본인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의 끊임없는 영입 구애를 받고 있다. 추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 확고한 정치적 발판을 마련했다. 박 의원은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올해는 정치적 보폭을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02년 2월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내놓았던 대구 달성 지역구의 공천을 신청했다. ◆ '추다르크' 대 '강효리' 대 '영원한 퍼스트레이디' =세 사람의 성격은 확연히 대별된다. 추 의원은 직선적이다. 좀처럼 에둘러서 말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었지만 "정통 민주당 지지층과 호남 민중을 버리고 새 정치를 말할 수 없다"며 노 대통령과의 결별을 선택한게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추다르크'라는 별칭을 얻었다. 추 의원은 정치적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국회 대정부 질문장.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유시민 의원이 지난해 중국의 북한대사관에 간 적이 있다는 제보가 있는데, 들어봤느냐"고 강 장관에게 물었다. 강 장관은 "지금 들어봤다"는 재치있는 한마디로 김 의원의 의혹 제기를 잠재워 버렸다. 지난해 3월 '전국 검사와의 대화'에서부터 대중에 노출된 강 장관은 이후 국회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등에서 나긋나긋하면서도 침착한 어조로, 그러면서도 소신과 당당함으로 의원들의 거친 질의와 추궁을 돌파해 왔다. 강 장관은 20일 올해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이고 내팔자야. 그냥 '에이씨'하고 (출마)해 버릴까요"라고 거듭 손사래를 쳤지만, '열린우리당 차출 0순위'다. 심지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갑에 내보내야 한다"는 등의 소리들도 나온다. 그만큼 그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한다. 그래서 지난해 최고의 가수(이효리)와 드라마 주인공 (대장금)에서 따온 '강효리', '강장금' 등의 별명을 얻었다. 박근혜 의원은 좀처럼 목소리의 '톤'을 올리지 않는다. '쓴 소리'를 할 때도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원한 퍼스트레이디' 소리를 듣는다. 지난해 강 장관과 추 의원이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그는 '내공쌓기'에 주력했다. 소장파와 손을 잡고 당 개혁과 물갈이를 강하게 주장하는 한편 경제공부를 열심히 했다. 측근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한다.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한나라당 여성위원장인 김정숙 의원은 "세 사람은 각 정당에서 남성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상품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며, 이게 이들의 한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경쟁 '시동' =지난해 12월7일 박 의원은 청재킷에 바지를 입고 당사에 나타났다. 머리 스타일도 확 달라졌다.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머리 스타일에 정장만 고수하던 박 의원의 이같은 패션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고, 금세 당내에 화제가 됐다. 그 배경엔 전날 강 장관이 바지와 재킷정장에 검은 망토를 하고 국무회의에 등장한 것을 의식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박 의원은 "강 장관과 추 의원이 지도자 반열에 오르면 나도 덩달아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해 두 사람을 경쟁자로 의식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추 의원도 최근 강 장관을 두고 "정치인에게는 라이벌이 없는게 오히려 불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강 장관보다) 여성성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내가 여성성을 남편에게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지 전국민에게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 경쟁심을 내비쳤다. 강 장관은 박ㆍ추 의원에 대해 이렇다할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올해 정치판에선 세 사람간 직간접적인 '빅 매치'가 벌어질 것 같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