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鄭東泳) 의장을 전면에 내세운 열린우리당의 달라진 역학구도 속에서 김원기(金元基)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의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정식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당의 무게중심이 중진그룹에서 정 의장이이끄는 `개혁지도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탈당 후 넉달째 15%대에서 답보상태를 보였던 당 지지율이 지도부 교체후 20%대로 급상승한 것도 중진그룹의 입지를 위축시킨 한 요인이다. 현실적 여건도 두 사람에겐 불리하다. 김 전 의장은 자신의 최대 후원자였던 정대철(鄭大哲) 의원이 구속된 상태에서 지역구 사정이 밝지만은 않고, 김 원내대표는사실상 다음달이면 임기가 끝나는 탓에 행동반경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김 전 의장이 최고상임고문에 추대되고 김 대표가 1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상임중앙위원들간 청와대 회동에 동석한 것은 이들에 대한 역할분담론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우선 김 최고 고문의 역할에 대해 정 의장은 `해결사'라고 말했다. 그는 19일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께서 송영진(宋榮珍) 의원의 탈당계도 받아오셨다"면서 "의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당을 위해 궂은 일을 마다않는 해결사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 고문이 자신의 역할과 관련해 거듭 밝혀온 `병풍론'과 궤를 같이한다. 김 대표의 경우 그 자신이 의장경선 불출마 이유로 밝혔듯이 선거법 등 원내에서 정치관계법 협상을 지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이미 14일 비공개 오찬회동에서 정 의장은 총선 사령탑, 자신은 원내지휘자를 맡기로 역할 분담에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정 의장을 꼭지점으로 김원기, 김근태 두 중진이 밑에서 떠받치는 `삼각편대'의 순항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세 사람 모두 정치 역정과 철학, 노선이 달라 마찰음을 낼 가능성이 적지 않기때문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갈등이 우리당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점에서 두 중진이양보하고 지켜보는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