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제와 지역구의원 정수 등을 담은 정치개혁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22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야3당은 표결을 통해서라도 개혁안을 확정해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넘기자고 주장했으나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목요상 정개특위 위원장과 야3당은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표결처리를 강행키로 했다. 현재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개혁안이 야권의 강행처리로 통과될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행사 건의 주장도 제기되는 등 정치개혁안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쟁점 공방=야3당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인구 상·하한선은 10만∼30만명으로 한다는 데 잠정 합의한 상태다. 또 지역구 의원정수를 2백44명 내외로 현행보다 17명 가량 늘린다는 데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영남과 호남지역 기득권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뚜렷한 지역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중대선거구제 또는 도농복합선거구제 도입 △인구 상·하한선 11만∼33만명 상향 조정 △지역구 의원수의 2백27명 유지 등을 주장하면서 맞서왔다. 이날 회의에서 야3당은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 획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개정 시기를 연말까지로 지정한 바 있다"고 상기한 후 "선거구 획정을 연말까지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현 지역구 의원들의 법적 지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표결 처리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은 "선거법 개정을 합의 없이 표결처리한 전례가 없다"며 "좀더 시간을 갖고 합의점을 찾자"고 요구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목 위원장은 "물리적 저지가 있더라도 23일엔 표결처리하겠다"고 선언한 후 산회를 선포했다. 이와 관련 박관용 국회의장은 "선거구 문제가 (정개특위에서) 합의 안되면 본회의에 갖고 와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선거법 개정안의 직권상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구제,지역구 의원수,선거구 인구 상·하한선 등을 23일 오후 5시까지 각 당이 결정해 통보하지 않을 경우 24일 획정위원 전원이 사퇴키로 했다. ◆선관위 권한 현행 유지=정개특위는 소위 회의를 열고 중앙선관위의 선거범죄 관련 자료제출요구권,선거비용 관련 금융거래 자료제출요구권 등 불법선거 단속권한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선거범죄 조사와 관련한 선관위 직원의 직권남용죄 도입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다만 일부 처벌조항 중 과잉처벌 논란이 있는 징역형 및 벌금형에 대해선 다른 법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과태료로 전환키로 했다. 이에 따라 특위가 지난 19일 전체회의에서 선관위 불법선거 단속권한의 핵심권한을 삭제하는 방안을 다수안으로 채택해 '선관위 무장해제'라는 선관위와 여론의 비판을 받아 제기됐던 논란은 일단락됐다. 홍영식·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