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정국대응 방안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급물살을타면서 좀처럼 수세국면을 탈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주 총선준비위를 발족하면서 총선준비 태세로 전환했지만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사용처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면서 검찰수사 대응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으며, 그만큼 국면전환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당 지도부는 현 정권이 검찰이 자체 파악한 대선자금 유용의원 명단을수시로 공개하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상처내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판단, 대응 방법과강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서는 특검카드를 통한공정수사 압박을 강화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당과 정치개혁, 공천과정에서의 신진유능인사 대거 기용 등을 통한 당 이미지 쇄신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여투쟁의 경우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 멤버를 주축으로 강도높은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당선1주년 기념식에서 행한 `시민혁명' 발언을 기점으로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고 강력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이 총장은 21일 "노 대통령은 우리의 약점을 잡고 대중선동을 하고 있고, 자기들의 약점은 권력으로 은폐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방법, 법적 방법으로 국민에게호소할 단계는 지난 만큼 중대한 결심을 할 때가 왔다"고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동시에 한나라당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유권자의 변화욕구에 적극 부응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보고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장직 선임과 위원 구성 등의 문제로 지연됐던 공천심사위 구성을 금주내로마무리하고 그동안 김문수(金文洙) 외부인사영입위원장 주도로 은밀하게 진행해 온외부인사 영입작업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은 "투쟁은 비대위가 중심이 돼서 하고 당 개혁과 총선 준비는 공천심사위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방식으로 당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서는 여전히 고심도 적지 않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의외의 내용이 돌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 지도부의 구상대로 정국을 이끌고 가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또 향후 공천 과정에서 탈락자들의 반발강도에 따라서는 당 전체가 공천파문의소용돌이에 빠지면서 `구정치 집단'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커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보다는 검찰수사에 대한 반격 등너무 `과거'에만 매달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서는겸허하게 수용한 뒤 특검을 추진해도 되는데 너무 즉흥적으로 대응해서 오히려 득보도 실이 많았다는 비판인 것이다.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두되는 무한투쟁 비판론도 이래서 나온 것이다.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정국대응방식을 둘러싼 당내 불협화음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