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최근 4당 대표회동 이후 '3천명 규모의 독자적 지역담당' 파병안을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파병부대의 주둔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군은 이라크 치안상황과 현지 주민들의 요구, 미국의 희망 등을 기준으로 4곳을 주둔 후보지로 선정해 금명간 출국하는 대미협상단을 통해 구체적인 주둔지를 놓고 미국과 협의할 방침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추가파병 한국군의 주둔 후보지로 키르쿠크, 탈 아파르, 카야라 등 북부지역 3곳과 서희.제마부대가 주둔중인 남부 나시리야 등 4곳을 선정했으며 대미협의를 통해 최종 주둔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후보지 가운데 군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북부 유전지대 키르쿠크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바그다드에서 정북쪽으로 300㎞ 떨어진 키르쿠크는 중소도시 규모지만 여기서 1927년 이라크 사상 처음으로 유정이 발견되고 현재 이 나라 전체 석유생산량의 3분의1을 차지해 정치, 경제적 요충지로 꼽힌다. 키르쿠크 석유의 대부분은 터키의 지중해 해안지역인 세이한까지 연결되는 지하송유관을 통해 수출됐으나 이라크전 이후 유정 방화 등으로 인해 생산과 수출이 중단됐다. 아랍족, 터키인과 함께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 곳에서 봉기했으나 후세인 정권에 의해 곧바로 잔인하게 진압됐다. 원주민들은 정부 및 국회 조사단이 이 곳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군의 주둔을 희망했다. 조사단은 당시 미군 173공정여단의 작전구역인 키르쿠크 주민들이 한국군 파병을 지지했고,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한 `수니 삼각지대'에 비해 이곳 치안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일 정부조사단과 회동한 자리에서 "모술은 어떤 지역이냐"고 물었다가 한 조사단원으로부터 "키르쿠크가 (주둔지로) 바람직하다"는 말을 듣고 "아, 그러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러한 주민 정서와 치안상황, 석유생산에 따른 한국과 경제교류 전망, 노대통령의 의중 등을 고려해 키르쿠크에 한국군 약 3천700명을 배치해 재건지원과 현지인 경찰, 군인 치안교육 임무를 맡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군은 대미협상 과정에서 키르쿠크 주둔안을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모술 서쪽과 동쪽에 각각 위치한 중소도시 탈 아파르와 카야라도 차선책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군 101공중강습사단 예하 부대가 작전중인 탈 아파르는 지난 7월 휴대용로켓발사기(RPG)가 발사돼 2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으나 다른 지역에 비해 치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술 동쪽의 카야라도 101공습사단이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본국의 공습훈련소를 해외로 옮겨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후세인 추종세력의 저항이 거의 없어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군은 북부지역 주둔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희.제마부대가 활동중인 남부 나시리야에 추가병력을 파병하는 방안도 미국에 제시할 방침이다. 이탈리아군이 관할하는 나시리야는 최근 자살폭탄차량의 공격으로 수십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주민들이 한국군에 우호적이고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바그다드 남동쪽 230㎞에 위치한 나시리야는 이라크전 발발 직후 제시카 린치 일병이 이라크군에 체포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것을 계기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곳이다. 서희.제마부대는 미공군이 외곽경비를 맡고 있는 나시리야 애더기지에 지난 4월부터 주둔하며 마을 배수로 보수, 학교 및 관공서 복구, 의료지원 사업 등을 전개해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현재 주둔병력은 모두 464명이다. 정부는 17일 노 대통령 주재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파병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한 뒤 대미협상단을 통해 한국군의 파병 지역과 구체적인 임무 등을 조율할 예정이어서 향후 대미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