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 개인에 대해 높게 평가하면서도 정치환경으로 인해 `허물'이 들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먼저 "이 후보의 검찰 출두를 TV로 지켜보면서 참으로 착잡했다"고 말문을 연 뒤 "선거 기간 또한 선거 이후 가까운 사람들이 이 후보를 비난하면 제가 항상 반론하곤 했다"며 "이 후보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각별히 잘 수련된 사람"이라고 평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 후보가 정당에 입당하기 전에 아는 법조인에게 `정말 법조계 안에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느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사실'이라는 답을 받았다"며 기억을 더듬고 "그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가장..."이라고 말을 이어가다 표현을 바꿔 "가장은 아니지만 아주 자질이 우수하고 자세가 바른 법관으로 알려져 있고 그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정치구장(운동장)', `대선구장', `뻘밭구장'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개인의 문제가 아닌 환경의 문제로써 이 전 후보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구장이라는 데는 잔디구장이 아닌 진 뻘밭구장이라 여기 들어오면 사람이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당신인들, 난들 큰 소리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자주 얘기했다"고 소개하면서 "스포츠에 비하면 대선 구장은 뻘밭구장"이라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과거에는 규칙도 거의 없고, 울퉁불퉁한 자갈밭에서 게임을 했고, 기울기도 한 구장이었다"며 "비탈구장에서 한쪽은 위에서 내려차고 한쪽은 위로 올려차는 축구장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잘 다듬어진 잔디구장은 아니다"며 "그래서 책임의 크고 적음을 떠나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겨뤘던 사람이, 상대적으로 가장 덜 오염됐을 것이라고 국민이 믿었던 분이 검찰로 출두하는 모습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저 스스로도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느냐. 50보 100보 아니겠느냐"며 "그분의 출두 모습을 보면서 제 모습이 거기에 겹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착잡하고 고통스럽다"며 거듭 복잡한 심경을 표출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에게 미래가 남아있지 않다면 국민들도 그분을 용서하고 싶을 것"이라며 "그러나 고통의 언덕을 넘어 새롭게 가야할 미래가 있기 때문에개인의 희생을 감수하길 요구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