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모금과 관련, 이를 지시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가 15일 오전 대검에 자진출석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께 검정색 에쿠우스 승용차를 타고 대검 청사 구내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총재는 차에 내리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한나라당 오세훈.남경필.심규철 의원 및 전 특보단,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사진기자들이 설치한 포토라인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이 전 총재는 쇄도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답변을 하지 않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는 다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 전 총재는 처음에는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여유있는 표정이었지만 포토라인을 거쳐 대검 청사로 들어가는 동안 자신을 둘러싼 당직자들과 기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되자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곧장 대검 7층 안대희 중수부장 방으로 들어가 5분간 독대를 가졌다. 이날 독대에서 이 전 총재는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 관련자들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고 당부했으며, 안 중수부장은 "총재께서도 모르시는 부분이 있으니까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국민수 대검 공보관은 전했다. 안 중수부장은 이 전 총재에 앞서 미리 집무실에 들렀던 심규철 의원에게 "오신다니까 난감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재는 안 중수부장과 5분에 걸친 독대를 마치고 난 뒤 한나라당 이재오 사무총장 등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조사실이 위치한 11층으로 향했다. 이 전 총재에 대한 조사는 유재만 중수2과장에게 배당됐으며, 이 전 총재가 조사를 받을 1113호 조사실은 과거 노 전 대통령도 비자금 사건과 관련, 검찰조사를 받았던 장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이 전 총재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출석을 의사를 밝히자 안 중수부장이 곧바로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달려가 대책을 숙의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전례에 따라 이 전 총재에 대해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전격적인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이 전 총재의 검찰 출석에 앞서 민주노동당 빈민위원회 소속 당원들이 `차떼기 100억원 이회창 전달식'이라는 문구를 써붙인 1t 탑차를 대검 정문 앞에 세워두고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