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귀국한 국회 이라크조사단은 "바그다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라크 치안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한국군에 대한 인상도 매우 좋게 가진 것으로 보였다"고 대체로 같은 평가를 내렸다. 조사단은 이에 따라 추가파병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했으나 구체적인 파병 규모나 성격 등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 했다. 조사단장인 한나라당 강창희(姜昌熙) 의원과 한국국방연구원 전경만 책임연구위원 등은 특정지역을 전담해 독자적인 작전수행이 가능한 전투병과 비전투병이 섞인 혼성부대를 파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비해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의원은 치안유지군 파병 필요성을 주장했고, 열린우리당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비전투병 파병을 주장했으며, 민주당 한충수(韓忠洙) 의원은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조사단은 공항귀빈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21일 투숙한 호텔에 대한 로켓포 공격 상황을 비롯해 이라크에서 활동 내용을 설명했다. 다음은 조사단과 문답 요지. --이라크 치안 상황은. ▲강창희 의원 = 전쟁직후 강도와 약탈 행위에 대한 진압을 미군이 주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많았다. 이라크 치안은 이라크인에게 맡겨달라는 것이고, 점차 이라크인에게 넘어가고 있어 민생치안은 전망이 밝다고 볼 수 있다. 반미주의자와 회교원리주의자들은 점차 강화되는 것 같은데 후세인의 자금 지원도 있는 것 같으며 정치적 테러는 빈발하고 있다. ▲한충수 의원 = 나쁜 쪽은 나쁘고 그렇지 않은 쪽은 점점 안정되고 있다. 바그다드쪽은 강하지만 다른 쪽은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테러는 약간 강도가 있으나 민생치안은 좀더 열심히 하면 진행될 것 같다. 테러분자들은 국내에서 후세인을 추종하는 사람이 있고 알카에다 등 외국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정치적 테러가 강하지 않나 생각한다. ▲송영길 의원 = 치안상황이 안좋다. 바그다드에는 `그린 존'이라고 해서 과도 통치위원회(IGC)와 미군 연합임시행정처(CPA) 등이 있는 일부 지역을 시멘트담으로 차단해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으며, 이 지역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앞뒤로 장갑차의 호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적 테러도 계속 급증하는 추세다. 다만 전선이 있는 교전상황은 아니며 민생치안 문제는 조금씩 잡혀갈 것 같다. ▲정진석 의원 = 범죄행위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베트남전처럼 전면적인 교전상황이 아니며 전반적으로 안정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공격을 받았으나 매순간 불안속에 조사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소프트 테러'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유정렬 중동.아프리카연구원장 = 지난 5월이후 불안한 상태이나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미군과 다국적군, 과도정부 모두 위기해소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전경만 연구위원 = 미국이 지난 7개월간은 일부 실패했다고 미 연합행정처도 자인했다. 지난 6개월은 모색단계였고, 1개월전부터 향후 6개월은 성과단계, 내년 6월까지는 정리단계로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더이상 나빠질 것 같지 않다. --한국군 파병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생각은. ▲강 의원 = 개인의견이다. 파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갔는데 현지를 돌아보니 이라크 국민은 한국에 대해 대단한 호감을 갖고 있으며 한국이 어떤 형태로든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란, 쿠웨이트 등 주변국가들의 파병에 대해선 영토적 욕심이 있지 않나 해서 절대 반대였다. 우리가 분명한 태도로 파병을 결정해 이라크인에게 도움도 주고 한미동맹도 강화해 나가야 하겠다. ▲한 의원 = 나는 찬반의 중간입장에서 갔다. 현지를 보고 느낀 개인적인 생각은 있으나 당론이 아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 이라크 국민은 외국군이 오는 것을 찬성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접국인 터키 등 보다는 한국군이 오는 것을 덜 꺼리는 것이다. 중동개발 때의 한국인의 근면성과 성실성이 잠재의식에 남아있고 서희.제마부대가 좋은 인식을 줬다. ▲송 의원 =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남부 나시리아는 전폭 환영하는 분위기였고, 바스라 등도 후세인의 폭압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서희.제마부대가 제발 모술로 안 떠났으면 좋겠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이런 부대의 성격은 좀더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요구였다. 중부는 테러가 집중돼 불안했고, 키르쿠크 등 북부쪽은 또 대환영이었지만 수니파가 사는 쪽은 반대였다. ▲정 의원 = 면담한 사람과 지역에 따라 상당히 다른 의견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부 모술지역은 군 관계자와 주민, 종교지도자 등이 안정화에 필요한 치안유지군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파병부대의 성격과 규모에 대한 생각은. ▲강 의원 = 민사작전은 종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부 다 따라 가야 한다. 일부는 경찰과 군을 교육시키고, 일부는 다리를 놓고, 일부는 전투도 해야 한다. 서희.제마부대가 할 일이 없어 병력을 줄이고 있었다. 이라크에 공병대대가 30-40개나있어 넘친다는 것이다. 그런 부대는 독자적으로 할 일이 없는 만큼 보병부대가 때 끼어서 활동해야 한다. 또 우리가 지휘를 맡지 않으면 미군과 차별화가 안돼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의원 = 지금은 밝힐 수 없다. 다만 파병보다 군비가 더 문제다.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말이다. 인명피해도 문제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파병을 안하니만 못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결정하면 입장을 밝히겠다. ▲송 의원 = 이라크인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 이라크인들은 치안은 이라크인이 하겠다는 것이고 군대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전투병을 파병에 대해선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군이 경찰과 이라크군을 훈련시켜주면 좋겠지만 치안은 자신들이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엄청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미군 CPA에서 한국군의 담당지역 예산을 어떻게 담당해줄지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정 의원 = 테러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한 부분을 담당할 것인지, 굴복할 것인지, 예산을 통해 이라크를 도와줄지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북부 모술지역은 치안유지군의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는 분위기를 느 낄 수 있었다. ▲전경만 위원 = 간다면 특정지역을 맡든지 통합임무 부대식으로 가야 한다. 군수와 정보 등 작전에서 의료.공병 등 민사작전까지 담당해야 한다. 우리가 일정지역에서 일정수준의 병력을 맡으면 적어도 부사령관 수준이어야지 재건사업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파병전에 군이든 민간차원이든 1개월정도 사전 정지작업을 해 현지인들이 한국의 의도를 잘 알 수 있도록 한 뒤 독자적인 민사작전을 하면 될 것이다. ▲유정렬 원장 = 이미 서희.제마부대가 가 있는데 더 간다고 해서 위험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다. 산술적으로 위험도를 측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오히려 강력한 존재가 사소한 위험을 없앨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호텔 피격상황은. ▲강 의원 = 팔레스타인 호텔 12층에 10개의 객실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21일 아침 7시10분께 홀수번호인 방쪽이 공격을 받았다. 국방부 이재현 대령이 투숙한 1211호 바로 옆방이 한방 맞았다. 로켓포는 12, 14, 15, 16층에 한발씩 떨어졌고 16층에 있던 미국 직원 한 명이 죽었다고 한다. 총 5발의 공격이 있었는데 한발은 반대편 쉐라톤 호텔에 맞아 유리창이 깨지는 것을 나와 정진석, 한충수 의원 등이 목격했다. 원래 16발짜리였는데 11발은 불발했다고 한다. 모두 발사됐다면 피해가 컸을 것이다. 이후 CPA측이 전 후세인 집무실 근처에 목재로 마련한 임시숙소로 이동, 4일을 잤다. --현지 조사활동 내용은. ▲강 의원 = 남부 나시리아와 나자프를 들러 바그다드로 이동한 뒤 북부 모술과 키르쿠크 등 6곳을 봤다. 차량으로 사막을 이동했고, 헬리콥터로 이동할 때는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해 50-70m의 저공으로 날거나 여객기 수준의 고공으로 날았으며, 밤에는 불을 끄고 전술비행을 하며 조사활동을 했다. 현지 군 및 경찰 관계자, 종교지도자, 학생, 교수, 병원 관계자, 환자, 주민 등 200여명을 만나 이라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했다. 조사활동에 제약요소가 많아 마음대로 찾아갈 수도 없었고 오라고 할 수도 없었으며 미군이 섭외해준 사람들만 만날 수 있었다. --조사단의 보고서는 언제 제출하나. ▲강 의원 = 조사단은 4당에서 한명씩 참석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동일한 결론 도달은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느낀 점을 모두 담아 빠른 시일내에 종합보고서를 낼 것이다. 이견이 있는 부분도 소수의견으로 해서 모두 제시하겠다.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이라크는 석유를 포함한 지하자원과 수자원이 풍부하며 비옥한 농경지를 갖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라는 것이고, 이라크 국민은 한국의 국민과 군, 상품 등 모든 것을 호평하고 있었고, 상당히 친근감을 갖고 있어 이른바 코드가 맞는 것 같았다. 이라크인은 어떤 방법이든 한국이 많이 도와주기를 갈구하고 있다. --귀국소감은. ▲강 의원 = 국민 여러분이 많이 걱정해주고 지대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줘 조사단 10명이 무사히 고국 땅에 발을 디뎠다. 감사하다. (인천공항=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