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6일 특검 거부에 따른 한나라당의 고강도 투쟁 방침과 관련, "민주주의 규칙을 집어던져 버리고 장외로 나가겠다는 것은 과거 소수야당이 하던 일"이라며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다수당의 불법파업"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특검을 안하자는게 아니라 검찰수사가 끝난뒤 국회에서 보고 미진하다 싶으면 다시 해달라는 뜻"이라며 "지난번처럼 국회가 3분의 2 이상으로 재의결하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한나라당이 특검법 재의거부 방침을 철회, 본회의 표결로 재의결할 경우 그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전북지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과거 정부와 여당이 거대하던 시절 소수 야당이 정부에 맞서 극단적인 경우에 해왔던 것이 장외투쟁인데지금 압도적 다수를 갖고 있는 국회, 그야말로 다수당이 이처럼 규칙을 깨고 나오면 그것은 정말 규칙위반"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은)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당장 법대로 처벌하라고 요구해온 사람들"이라며 "대통령이 양보를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며 규칙에 없는 양보를 자꾸하면 결국 정치질서가 완전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측근비리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노 대통령은 "수사를 회피하거나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모든 것을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분권형 대통령제 및 책임총리제와 관련, "분권형 대통령제는 프랑스식 이원집정제와 가까운 것이고, 책임총리제는 우리 헌법 정신과 절차를 명실상부하게 살려 운영하자는 것이므로 양자는 반드시 같은 개념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지금도 총리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려 하고 있으며, 총선 이후엔 어느 지역도 한 당이 3분의 2이상을 석권할 수 없는 제도만 만들어주면 헌법상 대통령 권한도 많이 내각에 넘기겠다고 약속했다"고 재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분권형에 가까운 대통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나, 이는 한국의 막혀있는 상황을 뚫기 위해 제안한 것이지, 원론적으로 봐서 반드시 분권형 대통령제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분권형 대통령제가 나온 것은 과거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때문에 나왔고, 그 기억을 갖고 지금 분권형 대통령제를 얘기하고 있으나 이제는 그것(제왕적 대통령)은 아니지 않느냐"며 "국민 직선에 의해 뽑은 국가적 지도자인 대통령의 권력을 마구 줄이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 여부에 대해 "풀어낼 수 있다면 북핵문제를 갖고는 만날 필요가 있겠지만 그 외에는 북핵문제에 가려 다음 얘기를 할 수가 없기때문에 지금 만나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여건이 성숙되고 진전해야 될만한 큰 일이 있을 때 그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는 그렇게 만나 해결될 일이 아니고 미국과 공조를 잘하고 중국 등 주변국가들이 북한을 잘 설득하는 등 전략적으로 역할 분담을 해야한다"면서 "지금 역할 분담이 잘 돼있고 또 잘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공무원의 정년 문제에 대해 "정년을 점차 늘려나가는게 맞다고 보지만 일률적으로 늘리는게 타당한지 생각해볼 문제"라며 "따라서 정년을 늘리더라도 조금 늘리고 그 이후엔 일률적 권리로 정년을 인정해 주기보다 선택에 의해 정년을 연장해가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