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26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사건 특검법안 거부권 행사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올해 만65세라는 젊지않은 나이임에도 `무기한 단식투쟁'이라는 결연한 자세로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다. 최 대표의 대(對)정권 강경투쟁의 1차적 목적은 대통령의 특검법안 거부권을 철회하기 위한 것이다. 최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노 대통령을 향해 "가장 도덕적인 것처럼 포장해왔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추악한 본색이 드러날까봐 특검을 거부한 것"이라고 격한 비난의 언사들을 퍼부으며 거부권 철회를 요구했다. 또 현재의 국가적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규정한 뒤 "가장 큰 원인은 노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 철학과 방식에 있다"며 노 대통령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최 대표가 `단식'을 통해 대여투쟁의 선봉에 나선 것은 특검법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우선이지만 이를 계기로 당내 개혁과 쇄신도 아울러 추진하겠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 대표는 회견에서 SK비자금 유입사건 등 한나라당을 향한 여론의 질타를 의식한 듯 "한나라당도 깨끗하지 않다. 국민 여러분을 뵐 염치가 없다"면서 "목숨을걸고 우리당(한나라당)과 부패에 찌든 이 나라 정치를 뜯어 고치겠다"고 다짐했다. 강력한 대여투쟁을 통해 자신의 당내기반을 강화함으로써 당중진들의 기득권을 무력화시키고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을 이뤄내는 등 당 개혁과 쇄신을 이끌어내 내년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장 한나라당의 등원거부로 국회의 기능이 마비돼 내년 예산안과 산적한 현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이로 인해 경제와 민생에도 적지않은 타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최 대표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대통령과 제1당 대표가 국민을 볼모로 잡고 벼랑끝 대치를 하는 등 정치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는 국민적 불신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노 대통령과 1대1 TV토론 제안 유효한가. ▲노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 거부가 진실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앞에서 토론에 응해줄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의원직 사퇴서는 언제 국회에 제출할 것인가. ▲의총에서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사퇴서는 오늘의 상황을 보는 의원들의 마음을 담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였다.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상황에따라 제가 판단할 문제이다. --재의를 거부하고 단식까지 벌이는 이유는. ▲단식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정한 것은 노 대통령에게 특검거부를 철회하고 국정 혁신을 촉구하는데 근본 취지가 있다. 거부권 행사를 철회하고 국정 혁신에 나선다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저는 전폭적으로 도와줄 결심을 하고 있다. --민주, 자민련과 공조해 재의결 할 생각은 없나. ▲현재로서는 어떤 대답도 갖고 있지 않다. 상황 여하에 따라 추후 판단될 부분이라 생각한다. --국회 이라크조사단 귀국후 하자고 했던 청와대 다자회동이나 단독회동을 가질 생각은 없나. ▲만약 대통령이 그런 걸 원한다면 잘못된 특검 거부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 --예산안 심의 등 법안과 안건 심의가 안되고 있는데. ▲내년 예산 물론 중요하다.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우리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이 준예산 편성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강영두기자 bingsoo@yna.co.kr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