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창당을 이끈 천정배(千正培).신기남(辛基南).정동영(鄭東泳) 의원의 이른바 `천.신.정' 트리오가 당내 문제를 둘러싸고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탈당전 `탈레반'으로 불리던 신주류 강경파로서 고비마다 조화를 연출했던 때와는 달리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양상이다. 셋중 가장 대비되는 경우가 정동영, 천정배 의원이다. 정 의원은 당내 최대 현안인 정식지도부 선출 방식과 시기를 놓고 김원기(金元基) 의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정력적인 인상을 보여주는 반면, 천 의원은 어느새인가 당과 거리를 둔 채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정 의원은 특히 김 의장을 비롯한 당 중진이 2선에서 후배들을 도와야 한다는 `병풍론'을 주창하며 신당 지지율 답보속에 소장파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세대교체바람의 중심에 선 상태다. 정 의원이 민주당의 `추미애(秋美愛) 대표론'에 맞선 `대안론'을 확산시키며 선두로 치고 나가는 사이 천 의원은 이광재(李光宰) 전 국정상황실장 경질 등 청와대인적쇄신 요구 이후 한달 넘게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오고 있다. 천 의원은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내 문제에 대해 "요즘 법사위 문제에 전념하고 있어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신기남 의원의 경우 개혁노선을 걸으면서도 자신의 거취문제와 관련해선 상황을관망하려는 모습이다. 조기 전대와 의장 직선제에 대해 상당 부분 정 의원과 보조를 맞추고 있으나,정 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추미애 의원 영입 등 `총선제휴론'에 대해 "오로지 신당의 길로 가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자신의 의장 출마 문제에 대해선 "나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경선에 나가는 게 옳다"는 알쏭달쏭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들의 행보에 대해 당내에선 의장출마를 염두에 둔 탐색전 내지 신경전일 수있다는 데 해석이 일치한다. 지난 대선 이후 결속을 다져온 세 사람 모두 서로의 의중을 훤히 꿰뚫어 볼 만큼 뜻이 통하는 관계이지만, 최근 중앙당 창당 이후 당권 경쟁이 가시화되면서 내재됐던 라이벌 의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우리당 인사들의 청와대 면담 러시속에서 이들이 한결같이 노 대통령과 면담 여부에 대해 "글쎄요"(정동영) "국가기밀사항"(천정배) "뭐 그런 걸..."(신기남)이라며 확인도 부인도 않고 있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는것도 `노심(盧心)'을 둘러싼 상호 견제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