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의 수용여부 결정을 앞두고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공이 다시 국회로 넘겨질 가능성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수용할 경우 각 당은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과 함께 측근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에 넘기고 정치개혁 논의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정기국회 활동 마무리와 총선 준비에 주력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할 경우 특검법 처리를 주도했던 한나라당이 '반의회적 발상'이라며 장외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등 정치권에 격랑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 특검 거부시 오는 27일 본회의를 소집, 재의결을 통해 법안을 확정짓겠다고 말해왔지만, 당내에선 의원직총사퇴와 장외투쟁 등 초강경 목소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재의 방침은 지난 10일 특검법안 처리 때 재적의원 3분의 2인 182명보다 2명이 많은 18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기때문에 재의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었다. 그러나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행정수도건설특위 구성이 부결된 데 대해 자민련은 물론 당내 충청권 의원들마저 강력 반발하고 있고, 28일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특검에 부정적인 추미애(秋美愛) 김영환(金榮煥) 의원과 장성민(張誠珉)전 의원 등이 지도부에 포함될 경우 민주당과의 공조에도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있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강경 대응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재의 투표의 경우 무기명 비밀투표로 실시되는 점도 지도부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22일부터 최병렬(崔秉烈) 대표를 비롯한 전 당원이 서울명동과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가두홍보에 나섰고, 특검 재의를 위한 본회의를 민주당 전당대회 전날인 27일로 예정하고 있다. 충청권 의원들을 달래기 위해 신행정수도건설특위 구성안도 다시 제출키로 했다. 그러나 당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아예 재의를 포기하고 의원직 총사퇴와 국회 등원거부, 정권퇴진 운동 등으로 나가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병렬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특검법안 수용 압박 차원에서 강경 대응책이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 노 대통령의 '시간조절용 재의요구' 가능성 언급 후 당무회의에서 특검법 찬성 당론을 거듭 확인했으나 특검법 통과후 장성민 전 의원이 '예결위원장 뒷거래설'을 제기하는 등 반발 여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치열한 당권경쟁으로 인해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특검법안이 재의에 부쳐질 경우 민주당이 당초 법안 처리때 만큼 통일된 행동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특검 반대파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열린우리당 = 특검반대 당론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무기명 비밀투표로 재의가 이뤄지기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다른 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특검법의 부당성을 적극 설득한다는 전략을 세워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의원들과 접촉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재의가 이뤄질 경우에도 '실력저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신행정수도건설특위 무산 등이 특검법 재의 불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민련 = 특검법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으나 실제 표결에서 찬성표가 많았던 자민련은 신행정수도건설특위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은 22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특검법 재의결 문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태도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