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정치개혁 협상에소극적이거나 개혁에 역행하는 듯한 방안을 채택, 여론의 거센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일 정치권 밖에서 정치권의 개혁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이날 오전첫 전체회의를 갖고 이달말까지 독자적인 정치개혁안을 마련, 정치개혁특위에 제출키로 했다. 협의회는 회의에서 정치개혁의 기본방향을 깨끗한 정치, 일하는 정치, 민주주의의 심화 등 3가지로 정하고 국민들의 1차적 관심사항인 정치자금 관련 사항을 우선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박세일(朴世逸) 위원장은 "정치개혁을 온국민이 기대하고 있으나 정치인 스스로개혁을 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워 올바른 정치개혁을 위해 민간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들로 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며 활동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협의회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발전과 국리민복의 관점에서 국민의 정치개혁안을 만들어 이를 국민에게 설명하고정치권에 수용을 호소, 설득할 것"이라면서 "정개특위가 우리 안을 최대한 수용하길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을 위한 언론 및 시민단체의 대(對)정치권 압박도 활성화되고 있다. MBC-TV 시사토론프로그램인 `100분토론'은 이날 오전엔 국회 정개특위 3당 간사토론에 이어 오후엔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와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를 출연시킨 가운데 정치개혁을 주제로 총5시간30분간 난상토론을 벌이며 `TV 협상'을 중재하고 나섰다. i-TV는 21일 오후 8시 3당 원내총무 및 대표와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총무를출연시켜 `정치개혁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문화일보도 2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정치개혁국민행동과 공동으로 `3당 정치개혁안 평가토론'을 개최, 각 당이 제출한 정치개혁안의 취지와 내용을 듣고 문제점을 집중 분석했다. 이처럼 전례없이 정치권 밖에서 정치권을 향해 정치개혁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각 당의 당리당략과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왜곡될 우려가 있는 정치개혁협상에 국민의 염원과 목소리를 담겠다는 `참여민주주의' 열망의 표출로 분석된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정치권밖의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이완구(李完九) 의원은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나서왔지만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의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던 게 사실이며 정치권은 이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면서 "정치권 밖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개혁안을 마련하면 정치권은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형오(金炯旿) 의원도 "선거구제 문제에 대해 국회의원은 손을 떼자"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