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의 와중에서 민주당의 후원금 회계처리를 둘러싼 궁금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이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과거 민주당의 어마어마한 회계부정을 알고 있다"고 엄포를 놓은데 이어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鄭大哲) 의원은 14일 "민주당 후원금 200억원이 비어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 주장은 한마디로 회계장부에는 돈이 있는 것으로 돼있는데 실제로는 돈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대선때 민주당 중앙당 후원회가 후원금 135억원을 당에 넘긴 것으로 회계처리가 돼 있으나 실제로는 이 돈이 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 선대위쪽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제의 핵심은 민주당 중앙당후원회 회계장부에 기록된 잔고와 실제 남아있는 돈의 차이, 선관위에 신고된 후원금 기부 내역과 실제 후원회에서 정당에 넘어간 돈의 차이에 있다. 지난해 대선이 끝난후인 12월20일과 12월30일에 민주당 중앙당 후원회에서 민주당에 넘겼다고 신고된 135억원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이 `증발', `횡령'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의혹의 출발점은 오랜기간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불법적인 회계처리 관행이 누적된데서 시작된 것이라는 관측이 많으며, 그 연원은 민주당 창당후 첫 총선을 준비하던 2000년 3월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총선 당시 후원회장은 김봉호(金琫鎬) 전 국회부의장이었고, 2001년 3월28일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바통을 이어받아 2002년 5월20일에 박상규(朴尙奎) 의원에게 장부를 넘겼으며, 2002년 10월31일부터 대선기간에는 남궁석(南宮晳) 의원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2000년 총선때 선거자금 모금을 분담했던 인사들은 김봉호 후원회장과 민주당핵심중진인 H, K, C 의원, K 전 의원 등 5명이었고, 이들은 총선 선거운동 기간이시작되기 전에 465억원을 모았다고 당시 실무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실제 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 법정 한도액을 다 써버리자 중앙당 후원회로부터 돈을 끌어다 쓰고 나중에 일부를 채우는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민주당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정당의 중앙당 후원회는 선거가 없는 해에 200억원까지 모금해 300억원까지 지출할 수 있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두배까지 모금.지출할 수 있다으나, 실제 선거에서는 법정한도액보다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창당자금과 총선자금 등으로 법정 후원금 사용한도를 초과했을 때 급한 김에 후원회에서 돈을 끌어다 쓰고 나중에 메우는 방법을 쓴 것으로안다"며 "그러다보니 후원회 장부에는 돈이 있는 것으로 기록돼있는데 실제로는 없는 경우가 생기며, 모든 정당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무총장들이 바뀔 때마다 후원회에 실제로 빚진 돈이 얼마인지를 구두로 인수인계한다"며 "구멍난 후원금은 오랜 지인들로부터 빌려서 메우기도 하지만 2000년 총선과 각종 재.보궐선거, 2002년 지방선거 등을 치르면서 누적된 돈이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총선후 민주당내에서 100억여원을 빚졌느니, 120억원을 빚졌다느니 하는얘기가 나온 것은 중앙당이 후원회 돈을 미리 끌어다 쓰는 관행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얘기다. 정대철 의원이 제기한 비어있는 후원금 200억원, 이상수 의원이 말한 `회계부정'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관행을 인정하더라도 중앙당이 후원회에서 비공식적으로 받은 돈의 정확한 규모는 몇몇 핵심인사들만 아는 사실이고, 구두로 인수인계가 이뤄졌을뿐 지출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선거자금에 쓰였는지, 아니면 다른 용도에 쓰였는지 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선거때 책임을 맡으면 자기 돈까지 쏟아붓는상황인데 당의 돈을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횡령설'을 부인했다. 135억원의 증발 의혹과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후원회에서 돈이 올때마다 영수증을 발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을 하다보면 시기를 놓쳐서 한꺼번에 몰아서 영수증을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영수증 발행시기를 문제삼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는 작은 단위로 분할하는 형식 등으로 돈이 다 넘겨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