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에서 총선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이 공론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개헌론이 정국의 새로운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자칫 `권력 나눠먹기'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개헌론에 대해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왔던 한나라당내에서 최병렬(崔秉烈) 대표를 포함한 중진들이 `개헌 애드벌룬 띄우기'에 나선 것은 정국 주도권 잡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재신임 카드'를 꺼내 든 뒤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측근비리 특검법 정도의 맞대응이 고작이었고, 이마저도 노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및 검찰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으로 희석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보다 큰 틀의 정국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를 한나라당이 개헌으로 풀어가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10일 측근비리 특검법 통과 당시 `한.민 공조'의 위력이 개헌선을넘어서면서 개헌논의를 촉발시킨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시 표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20여명이 불참한 속에서도 개헌 가결의석인 재적의원 3분의2(182석)를 넘어서는 184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거야(巨野)의 행동통일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개헌논의에 대해 "적절한 판단"이라고 환영하고 나섰고,내각제 정당인 자민련도 권력분권 논의에 기본적으로 찬성을 하고 있어 3야의 행동통일은 사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구체적 개헌공조가 진행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고, 완전한 국면전환을 위해서는 개헌밖에 없다는 양측의 공감대가형성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3일 "최근 대선자금 정국에서 대통령제의 권력집중 폐해를 극복하지 않으면 불법정치자금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면서 "정치개혁논의의 종착지는 개헌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측은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국면 회피용"이라면서개헌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원기(金元基) 의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도부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범죄에 대해 국민들의 분개여론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적인 행동"이라고말했고,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한나라당식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16대 국회가 국민의 대표성을 새롭게 심판받아야 하는시점에서 개헌논의가 불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선자금을 회피하기 위한 새로운 국면만들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개헌론이 부상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권력 나눠먹기' 모색이라는 의혹이 증대되면서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여권의 판단으로 보인다. 여론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수 없는데다 한나라당내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개헌논의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아 실제 개헌 추진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점에서현재 한나라당의 개헌 논의는 대선자금에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시각도 있다. 여권의 반대는 물론 한나라당내에서도 논란이 분분해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개헌론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노 대통령이 개헌의 전단계로 제시한 총선후 책임총리제 공약이 지역구도타파를 전제로한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하고 개헌논의의 타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근거에서다. 12일 저녁 있었던 최대표와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 등의 모임에서 "선거구제문제에 있어서는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이 나온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청와대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도 "총선전에 개헌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도"대통령은 지역구도를 현저히 개선하는 것을 합의하면 책임총리제를 할 수 있다고말해 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