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폐지, 선거 완전공영제 등 한국 정당의 기본틀이 바뀌고 있는 와중에 언론의 정당취재 관행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5일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과 4당 총무.정책위의장 회의에서 중앙당 축소, 원내정당화의 일환으로 중앙당기자실 폐지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 이날 회의에서 박 의장은 "중앙당 기자실을 폐지하는 대신 국회 기자실을 적극 활용토록 하자"는 대안을 제시했고, 국회 기자실 활성화를 위해서 정당 대변인들이 솔선해서 각당의 브리핑을 국회 기자실에서 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판'이 국회에서 벌어진다면 자연스럽게 국회 중심 취재 관행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각당도 수백명의 사무처 직원을 거느린 공룡 중앙당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는 인식하에 이같은 제안에 적극 동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정치가 점차 `원내.정책'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고, 각당의 중앙당 축소 방침에 따라 기자실을 국회로 옮겨가는 문제에 대한 비공식적 논의가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 정당에 오래 출입을 하게 되면, 그 정당의 논리에 익숙해지면서 자칫 '정파적 기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른바 '정.언 유착'에 대한 우려도 정당출입 관행의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었다. 국회의장과 4당 총무.정책위의장 모임에서도 "국회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각 정파의 의견을 모두 듣고 이를 기사화 하는 메커니즘의 창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중심 취재관행의 구체적 방법론과 관련, MBC 홍순관 기자는 "국회내에 프레스센터를 건립하고, 각 언론사들이 일정 공간을 분양받아 입주하는 형식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문제인 만큼 현 단계에서는 기존의 국회 기자실 활용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국회 기자실이 장소가 비좁고, 환기조차 되지 않는 등 환경이 열악해 이에 대한 개보수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정치부 기자들 다수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최구식 의장 공보수석은 "국회 취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박 의장은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당 기자실이 폐쇄되더라도 원내 중심 취재관행이 정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일단 정치의 초점이 각당의 정국 주도권 다툼 및 정쟁에 맞춰져 있는데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중앙당 기자실을 폐지할 경우 선거취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이유에서다. 한 신문사 정치부 기자는 "상임위원회 중심의 정책 기사가 우대받는 관행이 정착될때 원내중심 취재관행도 뿌리내릴 수 있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면서 "다만 기자들이 각 정당 대신 국회로 출근하고, 그곳에서 각당의 주요 브리핑이 이뤄진다면 정당취재관행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